▲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있는 언론사 대표 두명의 이름을 공개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 조선일보사 현판 앞에서 여성·언론·인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고 장자연의 죽음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이가 조선일보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유성호
"방 회장님을 남산으로 부르고 싶다. 남산에 있는 옛날의 중앙정보부와 현재의 안기부 못지않게 회장님이 계신 태평로1가에 모든 정보와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낮의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분이 계셨지만 밤의 대통령은 오로지 회장님 한분이셨다. 회장님은 정보와 인재를 적절히 용재, 용인하여 <조선일보>를 1등 신문, 최고의 기업으로 키웠다."(1992년 11월 7일 <조선일보> 사보)이것은 <조선일보> 방일영 회장의 고희연에서 당시 신동호 <스포츠조선> 대표가 행한 축사의 일부이다. '밤의 대통령'이라는 말도 그렇지만, 이런 말이 공개석상에서 무람없이 발설될 수 있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 회장의 고희연이 있고 나서 불과 한 달여 후,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은 선거 다음 날 곧장 <조선> 회장 댁을 방문하여 자축 잔치를 벌인다. '밤의 대통령'이란 칭호를 처음으로 붙여준 사람은 '낮의 대통령' 박정희였다. 이로 보아 '밤의 대통령'은 결코 과장된 수사(修辭)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울러 방 회장은 '권번(券番, 기생조합) 출신 기생의 머리를 제일 많이 얹어준' 인물로 회자되기도 했다.(한홍구 저 <한국사>)
'밤의 대통령' 방일영 회장은 2003년에 작고하고 그의 동생 방우영 회장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2008년 1월 22일에는 방우영 회장의 팔순연이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전두환, 김영삼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참석했다.
"앞으로 5년 일하는 동안 (언론이) 두렵다고 해서 절대 대못은 안 박겠다. 대신 전봇대를 뽑겠다…, 방 명예회장이 쓰신 책 제목이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인데 제가 80세가 되면 뭘 쓸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언론이 두려웠다'일 것 같다"(이명박 당선자의 말)지금 <조선일보>의 대표이사는 '밤의 대통령' 방일영 회장의 자제인 상훈씨(1948년생)가, 그리고 <스포츠조선>은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고 한 방우영 회장의 아들인 성훈(1973년생)씨가 맡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자칭 '1등 신문'이었고 '최고의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런 <조선일보>가 난데없이 무더기 송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일에 '안티'들이 보내는 냉소야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에는 <조선일보> 지지자들까지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도되었듯이 <조선일보>는 10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과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를 고소한 데 이어, 16일에는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와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그리고 나영정 진보신당 대외협력국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조선일보>는 "이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곧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회사의 '유력 임원'이 파렴치한 의혹에 휘말린 점에 대해 <조선일보> 전 임직원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사실 장자연 사건은 그 '유력 임원'에게뿐 아니라 <조선일보> 전체에도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 '유력 임원'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