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개편 퇴출 0순위... 대통령 주례연설"

KBS PD들 20일 아침 피켓시위 "재보선 기간 중단하겠다던 노사합의 깨져"

등록 2009.04.20 12:32수정 2009.04.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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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일 오전 8시께 KBS 라디오 PD들이 본관 1층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재보선 기간중 중단예정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이 전파를 탄 데 항의했다.

20일 오전 8시께 KBS 라디오 PD들이 본관 1층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재보선 기간중 중단예정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이 전파를 탄 데 항의했다. ⓒ PD저널 김도영

20일 오전 8시께 KBS 라디오 PD들이 본관 1층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재보선 기간중 중단예정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이 전파를 탄 데 항의했다. ⓒ PD저널 김도영

 

20일 오전 7시 43분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연설 방송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가 전파를 탈 무렵 KBS 라디오 PD들은 본관 1층에 피켓을 들고 모였다. 이들은 KBS PD협회 운영위원들과 함께 '계속되는 주례연설 청취자들 떠나간다', '정권사랑 그만하고 국민사랑 회복하자', '봄개편 퇴출 0순위 주례연설은 예식장에서'란 피켓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열흘여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를 의식해서인지 20일 방송에서는 '자전거'를 화두로 얘기를 펼쳤다. 하지만 KBS PD들은 방송 내용보다는 '선거 열흘 앞둔 시기에 대통령의 일방적인 연설이 공영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다'는 사실과 '재보선까지 중단을 추진하겠다는 노사 합의가 깨진 것'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KBS 노사는 지난 3월 27일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연설을 4·29 재보선 때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공방위 자리에는 이와 함께 제작방식 변경, 적극적 반론권 보장 등 라디오 일선 PD들의 의견이 전달됐으며 '라디오 연설의 폐지'주장까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KBS와 청와대 협의를 통해 정례편성이 이뤄졌으며 제작도 KBS에서 라디오중계차를 보내 녹음·제작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노조와 라디오 PD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따라서 공방위 합의대로라면 4·29 재보선 이전 대통령 주례연설 즉 20일 방송은 나가지 않았어야 했지만 사측은 연설방송을 편성표에 넣었다.

 

라디오 PD들은 20일 성명에서 "벌써 수개월째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이 KBS1라디오 전파를 타고 격주 방송되고 있다"면서 "특히 재보궐 선거 기간에 방송되는 대통령 주례 연설은 내용을 떠나 그 형식적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3월 말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선거기간 동안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의 잠정 중단 추진', '제작방식의 변경', '야당의 적극적 반론권 보장'을 약속했었지만 오늘 또다시 KBS의 전파를 탔다"면서 "노사간의 합의내용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라디오 사측 간부들의 오만과 몰상식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의 즉각 중단'과 '라디오 책임자의 경질'을 요구하며 "이병순 사장의 결단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라디오 PD들은 지속적으로 라디오위원회(라디오 일선 PD대표와 본부장 등의 협의기구) 개최를 요구하고 오는 23일로 예정된 노사 공방위에서 또다시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례연설을 둘러싼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노사 합의정신에 입각해 20일 대통령 주례연설은 반드시 중단돼야 하며 '제작방식 변경'과 '야당 등에 대한 반론권 보장'에 대해서도 사측이 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와의 신의가 더 중요한가?"

[인터뷰] 민일홍 KBS 노조 라디오 중앙위원

-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20일에도 대통령 주례연설이 방송됐다. 일시 중단을 합의했던 지난 3월 공방위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었나?

"지금은 재보선 운동기간 아닌가. 내용과 형식을 떠나 대통령의 주례연설은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노조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사측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선거기간 동안 중단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지금 포맷도 문제가 많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일방적 연설 아닌가. 적절하지 않다. 포맷의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기했었고 적극적인 반론권 보장도 요구했다."

- 이후 사측의 움직임은?

"노사 공방위 이후 후속조치를 위해 라디오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4월 초 라디오위원회가 열렸다. 줄기차게 개최를 요청했었는데 이 날이 올 들어 처음 열리는 위원회였다. 라디오 PD들의 생각은 '사측에만 맡겨둘 순 없다"는 입장이었다. 본부장은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이 자리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PD들은 '대통령 주례연설'과 관련한 TF혹은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기했으나 이것도 부정적으로 대응했다. 이번주 23일쯤에 임시 공방위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 PD들이 보는 대통령 주례연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출발부터 문제였다. 편성과 제작권은 당연히 KBS 제작진에 있어야 한다. 기획부터 구성, 방송, 이후 피드백까지 다 제작진이 책임을 지는 것이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방송은 편성 제작권이 훼손되는 것이다. 그동안 PD들이 줄곧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 지금 이 방송은 'KBS 내부에서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참에 쉬면서 길게 논의해 보자는 게 우리 주장이었다. 포맷 변경도 충분히 논의해보고... 그런데 이게 깨졌다. 내부 사원들과의 신의가 중요한 건지 청와대와의 신의가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아쉽지 않은데 간부들은 대단히 아쉬워 하는 것 같다."

- 그동안 피케팅도 많이 하고 라디오위원회 소집 요청도 여러번 했는데, 주례방송은 늘 나갔다. 사후 투쟁 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 PD들은 어렵고 힘든 싸움하고 있다. KBS 내부 상황이, 노사가 테이블에 앉아 깊이있는 논의를 해 나가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버렸다. 사측은 비협조적이다. 비켜 나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공방위나 라디오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정도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PD 한 사람이 감당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라디오 PD성명] KBS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하고 있다

'불공정한 대통령 라디오 연설'의 책임자를 경질하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 연설'이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벌써 수개월째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이 KBS 1라디오 전파를 타고 격주 방송되고 있다. 편성 제작의 자율성은 실종되었고, 야당의 반론권 보장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부끄럽고 치욕스런 일이다. 특히 재보궐 선거 기간에 방송되는 대통령 주례연설은 내용을 떠나서 그 형식적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사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3월말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서 '선거 기간 동안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의 잠정 중단 추진', '제작방식의 변경', '야당의 적극적인 반론권 보장'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오늘 (4월 20일) 또 다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라디오 연설'은 KBS의 전파를 탔다. 참담하다! 노사간의 합의내용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라디오 사측 간부들의 오만과 몰상식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제작방식 변경과 야당의 반론권 보장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마저 거부하고, 궤변과 말바꾸기,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송인으로서 함량미달이고 공영방송 간부로서 더욱 부적격이다. 이들이 라디오 간부이고 KBS 선배라는 사실에 자괴감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공영방송 KBS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이비 방송인일 뿐이다.

'공정'을 생명처럼 여긴다는 이병순 사장에게 요구한다. 불공정 방송의 상징이 된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을 즉각 중단하라. 또한 거짓과 불성실한 태도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례 연설'을 파행 방송하고 있는 '라디오 책임자'를 즉각 경질하라. '공정의 개념'을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사이비 공영방송인'을 방치하는 건 KBS의 치욕이요, 이병순 사장의 큰 오점이다. 우리 라디오 조합원들은 이병순 사장의 결단을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노동조합과 강고한 연대를 이뤄 온 몸으로 투쟁하고 행동할 것이다. 공영방송 KBS의 영혼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에 끝은 없다.

2009년 4월 20일

KBS 라디오 조합원 일동

2009.04.20 12:32ⓒ 2009 OhmyNews
#KBS #주례연설 #라디오연설 #이명박 #이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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