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최대 교원노조와 교장노조에서 초등학교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기로 결정하고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영국도 우리나라 일제고사의 모델이 되기를 거부한 상황에 교과부는 뭐라고 변명할까?
김행수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7만명의 회원을 가진 영국 최대의 교원노조인 NUT(National Union of Teachers)와 2천8백 교장들의 노조인 NAHT(National Association of Head Teachers)가 지난 3월 26일 공동으로 초등학교에서의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인 SATS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NUT 홈페이지
www.teachers.org.uk, NAHT 홈페이지
www.naht.org.uk 참조)
이미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준에서 전국 일제고사가 없어진 상황에서 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도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반 교사들뿐 아니라 교장들까지 나서서 외치고 있다. 교장들이 나서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를 선언하는 영국과 일제고사 시행에 앞장서는 것도 모자라 교사 파면해임까지 동조하는 우리나라 교장과는 너무도 다른 장면이다.
미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평가라는 사실과 함께 우리나라 전수평가의 모델이었던 영국에서도 교사들과 교장들이 일제고사 거부를 선언하고 나선 상화에서 계속 교과부가 전수평가를 세계적 추세라면서 밀어붙일 수 있을까?
[계기3] 교육과정평가원, 전국학업성취도 평가 재검토 제안교과부로서는 더 횡당한 일도 일어났다. 지금까지 학업성취도 평가 업무를 사실상 주도해왔던 교과부 산하의 교육과정평가원이 현행 일제고사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 총체적인 재검토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초 교육과정평가원의 정은영 박사팀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 개선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교 1학년을 평가에서 제외하고, 시험과목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을 치르는 방식에서 국어와 수학만 치르되 문항 수를 늘리고, 채점을 시도교육청이 주관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수평가를 고집하는 교과부에는 가장 곤혹스럽게도 정 박사팀은 진정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해서는 서술형평가를 포함시켜야 함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렇게 문항수를 늘리고 서답형 평가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면 사실상 교과부가 수합하여 채점하는 방식의 전수평가는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교과부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관하는 주무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현재 일제고사 방식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을 제안하고 나선 마당에 교과부는 더욱 궁색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계기4] 경기도에서 최초로 일제고사 반대하는 교육감 탄생교과부가 고집하는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계기 중의 하나가 바로 지난 4월 9일의 경기교육감 선거이다. 이 선거에서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진영의 김상곤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에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구체적인 시행이나 채점 등을 모두 시도교육감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시도교육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율권마저 스스로 내팽개치고 사실상 교과부의 하위 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임명직 관료로 전락한 측면이 있었다.
의결권이 없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에서 표집으로 실시하거나 학생 선택권을 존중하겠다고 하면 이를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와 청와대는 더욱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그리고 교과부 산하 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이 교과부의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 옹고집을 더욱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외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과부가 막무가내식으로 일제고사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교과부는 과연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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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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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덮친 일제고사 '악재', 교과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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