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특종? 그거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지역언론 별곡 271] '시민기자', '도민기자' 전 지역 확산

등록 2009.04.24 13:41수정 2009.04.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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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야 놀자.
도민이 기자다.
뉴스 특종은 이제 전문기자 전유물이 아니다.

23일 전주의 한 지역일간지가 주최한 '도민기자' 교육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해 두 번이나 깜짝 놀랐다. 첫째는 지역에서 그동안 '보수적 성향'이란 소릴 들어온 신문사가 의제설정에 도민들을 개방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척박한 신문시장임에도 도민들의 관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약 2시간 동안 40여 명의 도민기자들을 대상으로 '시민저널리즘'과 '인터뷰 기사 맥 잡기'를 주제로 강의를 해 달라는 신문사측 제의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18년 전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던 곳이거니와 시민저널리즘에 비록 뒤늦게 눈을 뜬데 대한 반가움과,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에 강의 제의에 선뜻 응했다.

한 지역에 12개 지역신문 난립... 경영 어려움 '대동소이'

뉴스야 놀자 강의 시작전...'뉴스야 놀자'가 눈에 띈다.
뉴스야 놀자강의 시작전...'뉴스야 놀자'가 눈에 띈다. 박주현

최근 논란이 가열됐던 MBC 신경민 앵커의 선친이 2대 사장으로 근무했던 이 신문사는 전주지역 일간지 12곳 중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그러나 한 곳에 워낙 많은 지역 신문사들이 난립한데다 서울의 과점 보수신문들이 판매시장을 석권하면서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광고와 판매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뉴스야 놀자, 도민이 기자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20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번 교육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뉴스콘텐츠 지원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덕분에 도민기자의 원고료와 교육비 등을 지역신문발전기금에서 지원을 받게 된다"고 신문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저씨, 주부, 학생 등 다양   도민기자가 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수강생들.
아저씨, 주부, 학생 등 다양 도민기자가 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수강생들. 박주현

대부분 지역 신문사들이 어려운 경영 때문에 자체적으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수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한시적이면서 최근 기금이 삭감돼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시민저널즘 형성과 확산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늦은 시간임에도 강의가 시작되자 40여 명의 도민기자들은 귀를 종긋 세우며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4일째 진행되는 동안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항상 그대로 참석했다"고 자랑하는 한 수강생은 나이가 50은 훨씬 넘어 보였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주부, 직장인, 학생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도민기자들은 시종 진지하게 귀 기울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취재 경험을 해본 도민기자들은 인터뷰와 기사쓰기에 대해 조언하며 질문에 진지하게 답했다.


"반드시 도민저널리즘 성공모델 만들어 확산시킬 것"

인터뷰는 이렇게...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도민기자들.
인터뷰는 이렇게...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도민기자들.박주현

시작은 미미하다. 그러나 '도민이 기자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퍼블릭뉴스센터팀을 만들어 이끌고 있는 하대성 전북도민일보 부장(48)은 "도민저널리즘의 확실한 성공모델을 만들어 다른 지역신문들이 뒤따를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전북도민일보>의 이번 '도민기자' 교육 프로그램은 '지방신문 왜 중요한가', '뉴미디어시대 시민기자의 위력', '뉴스야 놀자, 기사쓰기 노하우', '정곡을 찔러라, 인터뷰기사 맥 잡기', '사진 앵글잡기 전략', '캠코더 한방에 끝내기'를 주제로 각 전문가들의 강의와 토론으로 매일 2시간 씩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현장 취재 및 기사 쓰기 실습까지 계획돼 있었다.   

나도 도민기자... 도민기자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나이 든 아저씨와 옆 자리에서 진지하게 수강하는 한 학생.
나도 도민기자...도민기자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나이 든 아저씨와 옆 자리에서 진지하게 수강하는 한 학생. 박주현

4일째여서 인지 참석한 도민기자들의 질문 수준도 높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제 '특종'은 전문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인식과 "우리도 훌륭한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전국 18개 지역 일간지와 27개 지역 주간지 등 모두 45개 신문사를 2009년 뉴스콘텐츠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 신문사들은 시민기자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도 3년 전 지역 일간지 <새전북신문> 시민편집국을 운영하면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뉴스콘텐츠 지원을 받아 많은 시민들과 의제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각종 지역이슈에 대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처지를 충분히 공감한다.

시민기자, 노인기자, 청소년기자, 동네늬우스 등 명칭도 다양 

각 신문사마다 시민기자의 명칭과 운용내용은 그러나 다르다. <전북도민일보>처럼 '도민기자'로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남도민일보>는 '블로거 시민기자단', <강원도민일보>는 '노인기자단', <새전북신문> <국제신문> <강원일보> 등은 '시민기자'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일간지와 주간지들은 '청소년기자', '외국인여성기자', '실버기자', '객원기자'라는 명칭을 쓰는 곳도 있다. <영남일보>는 '동네늬우스'라는 지면을 통해 신문사에 소속된 기자와 시민기자가 파트너십을 이뤄 시시콜콜한 동네소식을 다뤄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지난 2005년 4월부터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 '객원기자' 제도를 시행해온 <경남도민일보>는 2008년 개설한 최초의 지역메타블로그 '블로거's경남'에 등록된 100여 명의 블로거 기자단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들이 쓴 블로그 포스트는 매주 1회 지면(20면)에 게재되고 있다.

<충청투데이>도 올들어 지역메타블로그 '충청 따블뉴스' 및 같은 이름의 지면을 개설해 블로거 기자단 운영을 시작하는 등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시민기자를 통한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도일보>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향토사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지역인사들을 객원기자로 위촉, 지역문화유산을 기사와 동영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신문들의 시민저널리즘적인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그동안 일방적인 의제설정을 고집하며 시민들을 훈계하거나 편견을 조장했던 과거의 태도가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시민들을 의제설정 과정에 참여케 하는 쌍방향 시민저널리즘에 대부분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도민기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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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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