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 투쟁단'이 주최하고 '탈시설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숙경 박숙경 장애와인권발바당행동 상임활동가, 김병철 장애 당사자, 박장용 인천민들레장애인야학 교육국장, 곽노현 방송대 법학과 교수, 김윤태 우석대 특수교육과 교수, 김경미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문희 서울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
장일호
발달장애와 약간의 시각장애를 가진 김병철씨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장애인 시설에 입소하게 됐다. 두 차례 시설을 옮겼고, 이후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대상자로 선발돼 현재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다. 공동생활가정이란 '지역사회 주거지역 내에 위치한 일반주택에서 전문직원에 의해 최소한의 도움을 받으며 사회적 자립과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주거공간'으로 정의된다.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장애를 가진 당사자 패널로 나선 김씨는 "시설에서는 밤 9시쯤 되면 자야 하는데, 그룹홈에서는 자는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직업을 갖게 됐고, 용돈도 벌고 저금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김씨도 자립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토론을 위해 의사소통 보조를 받는 그는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내 꿈은 독립"이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이 독립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립에는 수많은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 그 선택이 긍정적 결과를 불러오든, 부정적 결과를 불러일으키든 선택의 몫은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 식사, 가구배치 등 내 삶의 보다 많은 것들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장애를 가진 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말이다.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토론회 열려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하1층 강당에서는 '420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 투쟁단'이 주최하고 '탈시설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탈시설 정책위원회(위원장 곽노현)는 장애인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연구하는 자발적 모임으로서,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물론 사회복지·법학 전문가 및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2003년부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운동, 시설인권확보 및 시설 비리 척결과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 왔다.
또한 '인간창고'라고 불리는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여, 시설 위주의 정부정책들을 극복하고 장애인들이 지역중심의 '탈시설·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적 사회복지정책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이 토론회도 그 연장선에서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의 법적 근거와 실현과제'에 대해, 특히 시설보호가 불가피하다고 이야기되는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곽노현 방송대 법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윤태 우석대 특수교육과 교수, 박장용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육국장, 발달장애인 당사자 등이 토론 패널로 나서 관련주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나눴다.
인간창고형 수용시설에서 지역사회로 통합을박숙경 장애와인권발바당행동 상임활동가에 의하면 사회복지시설은 흔히 수용보호의 형태에 따라 인간창고형(warehousing), 원예형(houticulture), 정상화형(normalization)으로 나눠진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생활시설은 '인간창고형'으로 창고 속 가구를 보관하는 것 같이 시설생활자들을 시설에만 붙들어 놓고 씻고, 먹이고, 대소변을 가리는 역할에만 치중하는 시설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러한 시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욕구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방향은 탈시설이며, 이들의 탈시설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등에 의거한 사회적 기본권"이라고 주장한다.
김명연 상지대 법학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고 해도 공동체와 분리된 생활이라는 점에서 헌법에 기초한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며 개인의 자기결정권 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공동체 참여가 가능한 장애인의 적격성 및 합리성 심사와 자립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해 행정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