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7시 58분께 안동시 일대에서 발생한 3.8규모의 지진은 이전에 미세한 떨림정도만 줬던 지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온몸이 떨리고, 키보드를 잡은 손가락이 좌우로 흔들리며 심장박동이 순식간에 급상승했다.
짧지만 큰 충격파가 지나간 뒤 식구들은 모두 놀란 토끼눈으로 사태파악에 나섰다. 3층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라가니 이미 여러명의 이웃들이 속옷 바람으로 건물 옥상에 올라와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유리창을 열고 밖을 살펴보기도 했다.
다행히 무너진 건물은 없었고, 뒷산도 든든하게 서 있었다.
맞은편 안동의료원에서는 휠체어를 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수십명이 유리창에 나와서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뉴스 틀어봐."
혹시 속보로 나오지 않을까 뉴스를 켰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정신을 차린 뒤 주위를 살펴보니 집 현관에 세워둔 문짝이 지진충격에 쓰러졌고, 화분이 문짝에 맞아 넘어지면서 흙이 계단에 쏟아지는 피해(?)가 발생한 정도였다. 하지만 벽에 비스듬하게 세워뒀던 문짝이 반대편으로 쓰러질 정도의 흔들림이었다면 상당한 규모의 지진일 것으로 보였다.
5분이 채 안되어서 안동시내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해왔다. 여동생은 "잠을 자던 중 유리창이 '와르르' 소리를 내면서 흔들리며 '쾅 쾅'하는 소리도 났다"며, "유치원에서 대비요령을 배웠던 초등학생 딸은 진동을 느끼자마자 거실 나무탁자 아래로 아빠와 함께 날쎄게 몸을 피했다"고 전해왔다. 또 이웃에 사는 여동생의 시어머니는 "우리 동네 할머니들 전부다 잠옷 바람으로 도로로 뛰쳐나왔다"며 이번 지진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생생하게 전해줬다.
다행히 현재까지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을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연휴를 맞아 1일 저녁에 부모님이 계신 안동 고향집에 왔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난데없는 지진 소동에 놀란 가슴이 아직도 두근거립니다. 몇년전 서울 당산동에 살 때 느꼈던 지진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2009.05.02 16:5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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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바람으로 뛰쳐 나오고, 문짝 넘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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