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완패·자중지란... '고심'에 빠진 한나라

개혁 초선모임 '민본21', 난상토론 "국정운영-당무 쇄신해야"... 박희태 대표 "고민중"

등록 2009.05.03 15:28수정 2009.05.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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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심에 빠진 한나라당  경기교육감 선거 패배, 재·보선 참패, 금산분리완화법안 처리 무산 등 잇따른 악재로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생각에 잠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고심에 빠진 한나라당 경기교육감 선거 패배, 재·보선 참패, 금산분리완화법안 처리 무산 등 잇따른 악재로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생각에 잠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고심에 빠진 한나라당 경기교육감 선거 패배, 재·보선 참패, 금산분리완화법안 처리 무산 등 잇따른 악재로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생각에 잠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이 '고심'에 빠졌다. 선거 참패의 쓴 입맛을 다시기도 전에 이번엔 '자중지란'으로 금산분리완화 법안을 '반쪽 입법'했다. 망신의 연속이다.

 

가장 먼저 머리를 맞댄 건 개혁성향의 초선들이다.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본회의 사태 직후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회원 14명 전원이 얼굴을 마주했다. 자정부터 시작된 모임은 새벽 3시 반을 넘겨 끝났다.

 

민본21, 3시간 반 '난상토론'... '당·정 재정립''당 쇄신' 의견 쏟아져

 

이 자리에선 당이 화합하고 쇄신할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양도세 중과 폐지 논란, 경기 교육감 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금산분리완화 법안 반쪽처리 등은 따지고 보면 당·정 불통, 당내 불화가 원인이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간 일부 정책위와 정부 관계자가 협의한 게 마치 당·정이 합의한 것처럼 발표된 뒤 번복되는 사태가 계속돼 국민에겐 혼란으로 비쳐졌다"며 "각 상임위와 해당 부처 간 협의가 강화되는 쪽으로 당·정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내 계파 갈등 문제도 거론됐다. 김성태 의원은 "국민의 공감이 없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다 무산되고 거기다 대선 경선이 끝난 지 2년이 다 돼가는 데도 친이·친박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지난 재·보선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금산분리완화 법안 '반쪽 입법' 사태를 이참에 국회 개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처리가 무산된 금융지주회사법을 두고 그간 야당은 재벌이 은행업에 진출하도록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반대해왔다. 그런데 지난 본회의에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35표)·기권(35표)표가 무더기로 나와 부결됐다. 원내지도부가 야당과 협상을 거쳐 기업의 시중은행 지분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낸 데에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애초 정무위안은 완화 한도가 10%였다.

 

권영진 의원은 "지난 본회의 사태를 '여당의 지리멸렬'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국회가 '원내대표들끼리의 협상'이 아닌 '상임위 논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본21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개혁과 당 쇄신, 당내 화합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희태 대표 "쇄신 방안 골똘히 고민 중"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건 박희태 대표다. 재·보선 직후 안경률 사무총장은 공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박 대표는 이를 받아들일지를 밝히지 않았다. 조만간 박 대표가 안 사무총장을 비롯해 일부 당직 개편을 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리란 관측도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이 쇄신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두 원칙 아래 여러 방안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거론된 '당무 쇄신특위' 구성에 대해선 "유력한 방안 중 하나이지만 아직 (구성 여부를) 확정하진 않았다"며 "(최고위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오는 6일 있을 당·청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쇄신 구상의 윤곽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밑바닥의 쇄신 요구가 새 원내대표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은 오는 21일로 예정돼있다. 이 시기에 맞춰 일부 당직자를 개편하고 당무 시스템을 개선해 원내·외의 쇄신을 꾀할 수도 있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는 안상수·정의화·황우여 의원이 출마 뜻을 밝힌 상태다. 한때 당의 주류 쪽에서는 미디어법 처리 등 6월 임시국회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강력한 대야 협상력'이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경주 재선거에서 또다시 '박근혜의 힘'이 입증되자, 친이 일각에선 당 화합을 위해 친박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김무성 역할론'이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 미칠까... 화합 위해 '친박 카드' 대안으로 부상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무성 원내대표'도 여전히 '괜찮은 카드'로 본다"며 "나쁘지 않은 대안"이라고 평했다. 중립 성향의 한 초선 의원도 "새 원내사령탑은 대야 관계를 원만히 풀고 당내 화합도 도모할 인물이 돼야 한다"며 "현재로선 김 의원을 '최선의 카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 김무성 의원이 나설 가능성은 낮다.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렇다면 계파갈등이 도드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고개를 끄덕일지도 지켜봐야할 일이다.

2009.05.03 15:28ⓒ 2009 OhmyNews
#한나라당 #금산분리완화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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