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침공을 결정한 존 하워드 총리 반대시위 중인 스너프 퍼펫.
스너프 퍼펫 제공
허름한 창고에서 세상을 평정하다스너프 퍼펫은 1992년에 호주의 남부도시 멜버른에서 창단됐지만 그 뿌리는 행정수도 캔버라에 닿아 있다. 창단 멤버인 폴린 캔디, 사이몬 테릴, 엔디 프리어(현 예술감독) 세 명 중에서 두 명이 캔버라의 '스프린터 극단'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스너프 퍼펫 창단멤버들은 인형극단의 특성상 세상 속으로 찾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무원과 외교관이 주로 거주하는 행정수도 캔버라보다는 호주의 문화수도로 자리매김을 한 멜버른에 둥지를 트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그들은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푸츠크레이 지역을 선택했다. 먼지 자욱하게 쌓인 허름한 창고를 빌려서 자이언트 인형을 만들고 리허설을 하던 '푸츠크레이 드릴 홀'은 지금 멜버른의 문화적 명소가 됐다.
스너프 퍼펫의 첫 번째 작품 <겁주기>(scarey)는 핏빛으로 얼룩진 무대와 거침없는 대사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겉에 드러난 충격적인 상황설정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 세상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연극적 장치였을 뿐이다.
스너프 퍼펫의 진면목은 창의성이 번뜩이는 오리지널 인형과 라이브 음악, 높은 수준의 영상미학(visual aesthetic)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렇게 일구어낸 수상기록도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