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의 일부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김혜미
영국 경찰이 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DNA(유전자) 정보를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경찰이 폐기할 유전자 정보의 주인들은, 체포됐지만 고소되지 않았거나 재판 결과 무죄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다.
현재 영국 경찰이 데이터베이스화 시켜 놓은 510만 개의 DNA 정보 중 잉글랜드와 웨일즈에 거주하는 80만 개에 이르는 DNA 정보의 주인들이 무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무부 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구강 세포 조직, 머리카락, 혈액 등의 신체 DNA 샘플도 삭제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은 신체 샘플이 기업과 같은 이익집단인 제 3의 조직과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권단체들은 자크 스미스 내무부 장관이 발표할 이 계획에 대해 신중한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할 문제가 더 많다고 말했다.
DNA 데이터베이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유전자감시(Genewatch)'는 건강과 약품 관련 기업들이 유전적으로 누가 서로 다른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예측하기 위한 프로파일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 샘플에 접근을 원한다고 경고해 왔다. 또한 유전자 샘플이 언젠가는 인종 프로파일링이나 범죄 행위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장관은 2일 회의에서 DNA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범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범죄로부터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DNA 데이터베이스는 우리가 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국민 보호의 필요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위험과 이익에 근거했을 때 우리는 이제 모든 샘플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데이터베이스를 축소하고 샘플을 파괴하는 이번 결정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법률전문가는 영국 정부의 DNA 정보 일부 폐기 결정은 영국 정보가 유럽 인권법원의 결정에 수긍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단체인 '리버티(Liberty)'의 차미 챠크라바티는 "이는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 내무부가 아니다"라면서 "인권 부문에서의 발전은 유럽 인권법원에 내무부가 끌려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무부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샘플을 파괴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럽 인권법원의 결정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시민단체인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의 사이먼 데이비스는 "DNA 데이터베이스는 이미 너무 크다"면서 "아주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해서도 유전자 샘플을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한 정부가 DNA 정보 삭제가 실제로 이뤄지기 전까지 경찰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보들을 저장해 놓을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DNA 데이터베이스의 사용에 대한 분노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DNA가 범죄와의 싸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내무부는 1998년 4월부터 2008년 9월 사이에 39만 건의 범죄가 DNA와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DNA 정보가 18세 모델인 샐리 앤 보우먼을 살해한 마크 딕시와, 5명을 살해한 스티브 라이트를 포함해 수천 건의 범죄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또한 올해 초 1979년 한 여성의 죽음과 관련해 30여 년 만에 풀려난 션 호지슨 사건을 포함해 결백을 증명하고 잘못된 판결을 뒤집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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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경찰, 80만 DNA 정보 폐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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