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마을회장과 정영희 대책위 여성위원장정영희 위원장이 노래자랑에서 받는 부상을 투쟁기금에 보태기 위해 쾌척했다. 정영희씨가 전해온 낭보로 이른 아침 마을회관에 웃음꽃이 피었다.
장태욱
해군기지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어도 강정마을의 밤은 너무도 조용했다. 도심에서는 새벽에 도로를 질주하는 차가 내는 소음에 잠이 깨는 일이 보통인데, 이 마을에서는 아침까지 소음 한 번 들리지 않았다.
아침 해가 뜰 무렵 꿈인지 실제상황인지 구분이 안 되는 비몽사몽간에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강동균 마을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주민들에게 당일 투쟁일정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전처럼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우리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연좌농성도 할 예정입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참여할 주민 여러분들은 8시 30분까지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잠이 덜 깬 채 마을회관에 가보니 1인 시위 당번인 정경보씨와 고시림씨는 7시 30분에 이미 제주시를 향해 떠나고 없었다.
지난 4월 27일 국방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과 함께 '해군기지 기본협약서'를 체결하고 당일 해외로 출장을 떠났던 김태환 지사가 5월 3일 귀국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경보씨와 고시림씨가 이른 아침 도청 앞으로 서둘러 길을 나선 이유는 해외에서 돌아와 도청으로 출근하는 김태환 지사를 향해 마음껏 비난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8시 30분경 도청 앞에 도착했음에도 도지사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뒷문으로 출근을 했는지, 그보다 더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경보씨와 고시림씨가 도청 앞에 이를 무렵, 강정 마을회관에는 연좌농성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때 강동균 마을회장에게 낭보를 전해오는 이가 있었다.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영희씨다.
정영희씨는 제주문화방송이 제주감귤협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다함께 차차차'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부상으로 농산물 상품권 20만원어치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정영희씨는 대책위 자금이 바닥나는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라, 부상으로 받은 상품권을 모두 대책위에 기증했다.
2006년 평택에서 정태춘씨가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 강정마을에서는 정영희씨가 노래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정영희씨의 노래솜씨 덕에 마을회관에 이른 시간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