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사진에서 찾은 아버지의 굵은 손가락
김동수
아버지 손가락이 굵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을 많이 하셨기 때문이다. 저렇게 굵은 손가락에 평생을 관절염을 앓으셨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고, 왼손은 잘 쓰지도 못하셨다. 닻을 어깨에 메다가 다쳐 깊은 상처까지 입었다.
굵은 손가락으로 꼭 쥐여준 3천 원을 잊을 수 없는 이유다. 평생 처음 아들에게 용돈을 준 아버지 마음은 어땠을까? 요즘처럼 어린이 날만 되면 놀이공원과 선물 꾸러미로 아이들 마음을 달래는 '아빠'와는 다른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진짜 아비 사랑 말이다.
3천 원 용돈 후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은 것은 20년이 지난 1998년이다. 신학대학원 졸업 때였다. 그 때 아버지는 위암 말기로 생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꿈에 내가 목사가 되는 꿈까지 꿀 정도로 기뻐하셨다. 이런 기쁨을 가진 분이니 아들이 신학 공부를 마치는 날이라 경남 사천에서 경기도 수원까지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졸업식에 오셨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와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아니 아버지가 우리 가족과 찍은 마지막 사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