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폐허가 된 유령도시 베이촨현. 수천 구의 시체가 건물더미 밑에 파묻힌 채 썩어가고 있다.
주준홍
희생자만 8만6600여명.. 13억 중국인이 모두 체감한 지진지난해 5월 12일 쓰촨성을 강타한 대지진은 중국 대륙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은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중국 서남부 구석에서 일어난 지진은 수천㎞ 떨어진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에서도 진도가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이달 초 중국정부가 발표한 공식 희생자 수는 사망자 6만9225명, 실종자 1만7939명, 부상자 37만4640명. 쓰촨성은 181개 현 가운데 모두 98개 현에서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수백조 원에 달한다.
쓰촨대지진의 희생자 수는 33년 전 발생한 탕산(唐山)대지진보다는 적다. 1976년 7월 28일 새벽 허베이(河北)성 탕산시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인구 70만 명의 작은 공업도시는 순식간 폐허로 변했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 막바지였다. 실권을 잡았던 4인방은 지진 발생 사실을 숨기고 탕산 일대를 철저히 통제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탕산의 비극은 물론 지진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3년 뒤 중국정부는 탕산대지진으로 24만2769명이 숨지고 16만4851명이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면, 쓰촨대지진은 13억 중국인이 모두 진동을 느껴야 했다. 진도는 1950년 8월과 2001년 티베트에서 일어난 규모 8.5와 8.1에 이은 세 번째였지만, 직접적인 피해지역만 10만㎢에 달할 정도로 엄청났다. 중국정부는 탕산대지진 때와 달리 기민하게 대응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전용기를 타고 쓰촨으로 달려갔다. 뒤따라 온 후 주석은 원 총리와 함께 원촨, 두장옌(都江堰), 베이촨 등 재해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명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사스 발생 시 언론 보도를 통제했던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 유언비어가 나도는 것도 막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쓰촨성은 표면적으로 대지진의 상처를 털어내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예로부터 쓰촨은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 불릴 만큼 문물이 풍부한 환경에 살기 좋은 땅이다. 수도 청두(成都)의 번화가는 언제 지진이 일어났는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쇼핑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로 떨어진 것과 달리 쓰촨성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를 9%로 잡았다. 중국정부는 내년까지 쓰촨성에 1조7500억 위안(한화 약 323조7500억원)의 지진 복구자금을 투입해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