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까지 코스피지수가 1610포인트까지 오른다."
언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의 전망은 여기까지다. 언론은 그를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소개하며 그의 다른 전망은 지나친다. 언론을 통해 김 부사장의 전망을 접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낙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에서 빠트린 그의 다른 전망들은 신중하다. 김 부사장은 섣불리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들어가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단기 급등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다"고 말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는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찍혔다. 지난 2007년 그가 "상반기에는 주가가 떨어지고 하반기에는 오른다"고 전망했지만, 언론은 그의 상반기 전망만 부각하며 그를 비관론자로 만들었다. 그가 시장을 나쁜 쪽으로 해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그의 전망은 극단을 달린 셈이다.
언론을 불신한다는 김 부사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부사장은 "단기적인 사이클은 회복 국면으로 3/4분기까지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그 이후엔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가 3/4분기까지만 좋다... 투자 적극 권유는 못해"
김 부사장의 3/4분기 단기 전망은 분명 낙관적이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맞지만 과열은 아니다"라며 "3/4분기 161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일 1018.81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13일 1414.52포인트를 기록했다. 세 달도 안 돼 40% 가까운 놀라운 상승률을 보였다. '반 토막'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도 최근 '플러스'로 바뀌었다.
그는 "어려운 때에도 분명 단기적인 사이클은 있고, 지금은 회복 국면"이라며 "최근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돈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올랐다, 지금 유동성은 2000년 대 초 IT버블이 일어날 때보다 많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 상승에는 무엇보다 외국인의 힘이 컸다.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5조원 이상 팔았지만, 외국인들이 그만큼 주식을 샀다. 앞으로 외국인들의 매수 추세가 갑자기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실물 경제와 기업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저점을 찍은 후 계속 오르고 있고, 전 분기 대비 1/4분기 GDP를 전 기관들이 '마이너스'로 예상했지만, '플러스'로 전환됐다. 135개 주요 기업들을 분석해봤더니, 지난해 4/4분기 -147원이던 주당 순이익이 올해 3/4분기에는 970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기업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분석과 전망이 주식 투자 권유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세계 각국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 곳은 없다. 금융시장을 재차 흔들 변수는 아직 많다는 뜻이다. "4/4분기부터 조정국면을 겪는다"고 김 부사장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가가 오를수록 리스크(위험 부담)도 커진다"는 법칙이다. 김 부사장은 "기존 투자자가 아닌 최근 주가 급등을 보고 주식 투자에 나선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투자 권유를 못 한다"며 "내년 초 조정을 거친 뒤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와 관련해, "장기 적립식 펀드는 계속 가지고 가는 게 좋지만, 여윳돈이 아니라면 3/4분기에 환매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영익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주가, 단기 급등했지만 과열은 아니다"
- 최근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해 1400포인트를 넘어섰다. 과열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현 주가 수준을 어떻게 보나?
"과열은 아니다.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GDP) 대비 70%고, 12개월 뒤 기업실적 전망치를 근거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됐음을 의미)은 얼마 전까지 16~17배였는데, 최근 11배로 떨어졌다. 이는 평균 수준으로 주가가 고평가됐거나 과열인 상황은 아니다."
-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경우, 3월 대비 주가 상승률이 5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스닥 성격상 코스피지수보다 더 많이 떨어지고 오른다. 다만, 몇 종목이 과도하게 오른 건 사실이다. 증권사에서는 코스닥을 거의 못 다루는데, 제대로 된 기업 정보 보고서가 없으니 개인투자자들이 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주의해야 한다."
- 앞으로의 주가 전망을 말해 달라.
"공식 입장은 3/4분기가 올해 고점으로, 이때까지 코스피지수가 161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그 이후 4/4분기와 내년 초에는 조정을 거칠 것이다. 수출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소비가 증가할 수 있느냐가 변수고, 해외에는 영국의 금융기관 부실 문제가 관건이다.
우선 주가를 올리는 힘은 유동성에 있다. 지금 유동성은 2000년대 초 IT버블이 일어났을 때보다 많다. 각국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 정상화와 경기 부양을 위해서 돈을 엄청나게 많이 풀어서 전 세계 주가가 많이 올랐다. 또한 여기에 실물 경제와 기업 수익이 뒷받침됐다."
-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9월까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는다고 예상했다. 추세는 같지만, 주가 전망치가 낮아졌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200포인트 정도였는데, 그때가 저점이라고 봤다. 하지만 12월 초 예상 밖으로 89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실물 경제의 급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수출이 급락하고 제조업생산이 25% 줄어드는 상황을 전혀 예상 못한 것이다. 변명하자면, 주가 지수 방향은 맞췄고, 전망치 자체는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동성 장세에 실물 경제·기업실적 호전 뒷받침"
- 3/4분기 주가 전망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낙관적이다. 모두 '과잉 유동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유동성 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에 6개월 미만 금융상품에 650조원이 있는데, 이걸 단기 유동성이라 본다. 최근 정부에서도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하기 시작했지만, 올해까지는 유동성이 당장 환수되지 않을 것이다.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거나 통화 긴축을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올해 5조원 정도 주식을 산 외국인이 언제까지 주식을 사느냐다. 펀드 가입을 많이 안 하니 국내 기관들은 주식을 살 여유가 없고, 개인들은 중립인 상황이다. 전 분기 대비 1/4분기 GDP를 전 기관이 '마이너스'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0.1% 증가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다. 해외 언론의 우리 경제 평가도 바뀌었다. 외국인들이 최소한 3/4분기까지 주식을 살 것으로 본다."
- 낙관적인 주가 전망의 이유로, 기업 실적 호전을 들었다. 반짝 실적일 가능성이 높은데다, 환율이 떨어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 않나?
"IT기업주·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지속성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D램 반도체 가격이 꾸준히 올라가는 등 IT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는 확실하다. 전 세계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 과정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원·환율이 900원일 때도 잘 견뎠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이 많이 발전한 만큼, 1200원대 환율에도 우리 기업들은 잘 견딜 것이다. 135개 기업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애널리스트들이 지난해 4/4분기 주당 순이익을 -147원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3/4분기에는 970원으로 예상할 정도로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 무엇보다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경기 회복은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물론 어려운 시기지만, 단기적인 사이클로 보면 회복 국면이다. 경기 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에 저점을 찍고 계속 오르고 있다. 산업생산과 GDP가 증가하고 있는 등 거시 경제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 환율은 수입이 늘어나면서 1200원 안팎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미국 경제도 단기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올해 하반기엔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될 것이다. 금리도 많이 내렸다. 미국 경제를 단기 순환 사이클로 보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상관관계가 크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전국 주택 평균 가격은 주식 시장을 1년 후행하는 추세인데, 집값은 떨어지는 국면에 있다. 근본적으로 부동산에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 인구 문제나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저성장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일은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버블이다."
- 몇몇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은 정부 정책 효과 때문인가?
"돈 많이 풀고, 건설 경기를 부양한 효과도 있고, 부자들이 소비를 늘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 세계가 돈 많이 풀고 저금리로 버블이 발생해서 고통을 겪었는데, 다시 저금리로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도 지연되고 있지 않나."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리스크도 커진다"
- 3/4분기까지의 단기적인 주가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4/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는 조정을 받는다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문제가 쌓여가고 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한동안 저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큰 변수는 영국이라고 본다. 영국은 개인 가계 부채가 가처분 소득에 차지하는 비중이 171%로, 미국(130%)보다 높다. 영국 가계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기관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문에 굉장히 부실해졌다. 영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지난 4월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
영국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작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개인·금융기관·정부가 영국에서 빌린 돈이 910억 달러다. 미국에서 빌린 것보다 많다. 영국 금융기관이 어려워지면 돈을 회수하려 할 테고, 그러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타격이 온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영국 금융 문제가 터지고 소비심리 위축되면 우리나라는 W자형 이중 침체를 겪을 수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자산 배분이 중요하다. 적극투자형은 3/4분기까지 국내 주식 50%, 해외 주식 20% 등 주식 비율을 70%로 가져가는 게 좋다. 나머지 30%는 현금·채권으로 해야 한다. 3/4분기 이후 내년 1/4분기까지는 주식 비중을 40%까지 축소하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 안정추구형은 주식 비중을 20%로 낮추고, 나머지는 채권·예금·현금성 자산으로 꾸려야 한다. 3/4분기를 넘어서면 주식 비중을 15%로 더 줄여야 한다.
하지만 새로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참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를 권유하지 못 한다. 지금은 늦었다. 지금 들면 주가가 오를 여지는 15% 정도인데, 급등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개인투자자들의 패턴을 분석해보면, 상승장 마지막에 사는 경우가 있는데, 위험하다."
- 2007~2008년 적립식 펀드에 들었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수익률이 대폭 개선됐는데, 펀드 환매는 언제가 좋나?
"장기적으로 보면 펀드 수익률이 다른 금융상품보다 좋기 때문에, 여유자금이라면 장기 적립식 펀드를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주택·결혼 자금 등에 쓸 돈이라면 3/4분기에 환매하는 게 낫다."
- 언론에서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언급되고 있지만, 주식 투자 권유는 신중한 편인 것 같다.
"언론이 자기들 편의에 맞춰 기사를 쓰기 때문에 낙관론자가 됐다. 3/4분기까지 오르고 그 다음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언론에선 3/4분기 낙관적인 전망만 보도했다. 이런 언론의 단편적인 보도는 개인투자자에게 좋지 않다. 자세한 자료를 보지 않고, 언론 보도만 보고 투자하면 위험하다. 투자자들은 여러 견해를 다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2009.05.14 08:5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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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급등' 주가 가을까지만 오른다 '여윳돈' 펀드 아니면 환매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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