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일반노조 국립경상대미화지회는 14일 저녁 경상대 인문관에서 노조 결성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성희
"청소기는 '윙윙'대며 돌아가는 소리라도 내지만 우리는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숨죽이며 살아 왔다. 우리는 닳고 닳은 빗자루처럼 쓰다가 버리면 되는 청소도구였다. …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결혼할 수 있는 권리와 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몰랐다. …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노예처럼 살 수가 없다. 이제 우리도 청소기처럼 소리 내면서 살겠다."
경남 진주 소재 경상대에서 건물 청소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결의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상대 청소 용역업체(진성TS)에 속한 환경미화원 50여 명은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국립경상대미화지회를 결성하고, 14일 저녁 경상대 인문관에서 '결성보고대회'를 열었다.
경상대는 1998년부터 학교 건물 청소 업무를 용역회사에 위탁대행해 오고 있으며, 해마다 업체를 바꾸어 왔다. 노조는 "건물청소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해마다 바뀌는 용역업체로 인해, 매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하지만 회사는 해마다 바뀌고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근무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근로조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김재명 민주노총 일반노조 위원장과 강병기 민주노동당 진주시위원장, 김국환 민주노총 진주시지부 의장, 강민아 진주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조합원 정경자씨는 '경상대 총장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한 달에 겨우 80만원 남짓 벌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있는데, 총장님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작업복이 몸에 맞지 않으면 사비를 들여 수선해 입어야 할 정도로 처지가 빈약하다"고 밝혔다.
그는 "근무 중에 다치게 되는데, 산재 처리하면 회사에 큰 손실이 있고 보험수가가 오른다고 해서 학교에서 일하던 동료는 산재처리도 안 된 채 지금 대근자를 두고 있다"며 "이것이 21세기 경제 12등인 대한민국 국립경상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교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이 아니며, 모든 것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고 잣대여야 한다"면서 "이런 비극적인 현실을 두고는 학문의 전당이 될 수가 없고, 이런 차별을 두고 총장께서 말씀하시듯이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경상대가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