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모 농사를 끝낸 뒤 모판에 볍씨를 뿌려놓았다.
이장연
지난 겨울과 봄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힘겹게 기른 고추모를 동네 주민들에게 모두 내어준 뒤, 예전처럼 손수 김매기를 할 수 없어 검은 비닐로 덮은 윗밭에 고추를 사 심고 고구마도 심은 뒤 이제 봄철 농사의 하이라이트인 모내기를 위해 손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돈벌이도 시원찮은 백수 블로거라서, 어머니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추모 개수와 그 값을 매겨 농협에 간 아버지가 영농회장 회의를 끝내고 점심께 돌아오시면 그 때 아랫밭에 나가 모판을 나르면 된다기에, 그동안 노트북을 켜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고 짬내어 밥벌이도 했습니다. 시간은 재빨리 지나갔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집근처에 사는 동생을 찾으시더니 먼저 밭으로 나가셨습니다.
그 사이 어머니는 물과 빵을 챙겨 아버지를 뒤따라 집을 나섰고, "논에 나오거든 문 잠그고 나와라!"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일당 1만원도 안되는 백수 블로거의 일을 마친 뒤, 옷을 훌떡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겨 오후2시30분께 아래밭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