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가맹교단의 조문25일 오전 11시, 봉하마을에서 조문하고 있는 KNCC가맹교단 관계자들
김민수
25일(월) 오전 11시,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를 비롯하여 가맹교단 목회자 40여 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하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개신교에서는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재일 총회장도 함께했다.
KNCC는 70-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단체이며, 통일운동의 새로운 물꼬를 튼 고 문익환 목사가 소속되어 있던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통일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해왔던 교단이다.
현재 한국의 개신교는 한기총과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보수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민주화운동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KNCC와 같은 진보적인 단체들은 보수적인 개신교단들의 미온적인 참여로 인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타 종파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반해, 개신교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복잡한 속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말까지 치열했던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진보적인 교단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양적인 성장을 동시에 이루지 못했고, 이에 반해 보수적인 교단이나 교회들은 90년대 초부터 비약적인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양적인 성장을 거듭한 보수교회와 몇몇 보수적인 교계지도자들은 KNCC의 진보적인 성향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라는 단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보수적인 교회와 교단이 한기총을 중심으로 모였고, KNCC는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KNCC와 한기총은 대사회적인 입장을 표명함에 있어서 많은 경우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을 위해 노력을 했으며, 지난 4월 시청앞 광장에서도 부활절 연합예배를 함께 드렸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가 생길 때마다 다른 입장 때문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기관인 KNCC는 가맹교단의 입장들을 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지만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독립교단이기 때문에 KNCC에 비해 자유롭게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 기장은 사회적인 이슈때마다 교회와 사회위원장이나 총회장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왔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2008년 불법폭력단체 명단에 기장총회 '교회와 사회위원회' 등 기장 산하의 많은 교회들과 단체들이 들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촛불정국 이후 기장의 대표 교회라고 할 수 있는 경동교회와 향린교회 교인들의 숫자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교회에 환멸을 느낀 교인들의 이동과 새로운 교회의 모습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진보적인 성향의 교회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NCC의 오늘 조문은 어제 오후 9시쯤, 급작스럽게 결정되어 많은 이들이 참여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KNCC는 남은 장례일정 동안 지속적으로 조문을 하기로 했다. 어둠을 밝히고, 맛을 내는 데는 작은 빛과 작은 양의 소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희망의 불빛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옳은 길을 선택하며 걸어가다보면 KNCC나 기장과 같은 단체나 교단, 교회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재일 총회장 명의로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기장의 입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입장 |
참여정부를 이끌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발전에 깊이 공헌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으며 가슴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
아직도 고인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있고 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고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중에 들린 오늘의 비보는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우리 사회와 역사의 성숙을 위해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은 지혜와 뜻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직전 정부의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언론보도에서 정부와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지나친 면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런 사실이 이번 비극의 중요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사회 전반의 민주화, 인권 신장과 평등, 민족화해와 협력, 약자와 함께 사는 복지의 증진, 지역의 균형 발전을 통한 미래 준비 등 우리는 "노무현 정신"을 길이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 교단 모든 성도들은 고인과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이 그토록 원했던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침착하게 대응하며, 이번 불행이 우리 사회가 어둠을 걷어내고 한층 성숙한 길로 나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마음 깊이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2009년 5월 2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서 재 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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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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