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법의학팀을 현장에 급파했지만, 아무것도 못한 채 빈손으로 올라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국과수는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혹시 있을지 모를 시신검안, 현장 감식, 부검 등을 대비해 경남 양산으로 급히 내려갔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요청이 없어 시신은 물론 투신 현장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사건을 지휘한 창원지방검찰청은 "국과수팀이 내려와있는지 몰랐다. 게다가 재검안은 유족들이 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경찰 수사와 관련해선 담당 경호관의 진술 번복 외에도 투신 직후 현장감식 결과 미공개, 사건 관련자 등 증거 확보 부실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 직후 법의학팀 꾸려 현장에 급파"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23일 (검찰의) 요청은 없었지만,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인 만큼 시신 확인(검안), 현장 감식, 증거(확보)를 위해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필요하지 하지 않겠나 하는 판단에 국과수팀이 내려가 대기했다"며 "그러나 검찰에서 아무런 의뢰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밝혔다.
강희락 경찰청장도 당일 국과수 측에 "국과수에서 현장에 내려가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과수는 서중석 법의학부장을 중심으로 법의학과 3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내려보냈고 이들은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라 우리로선 완벽하게 준비를 해갔다"며 "(검찰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검안과 현장조사까지 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일 사건을 지휘한 창원지검은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게 국과수 측 설명이다. 결국 국과수 법의학팀은 부엉이바위 등 투신장소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우리가 현장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검안, 현장 감식 등을) 의뢰하지 않았다"며 "이미 검안을 해서 발표를 한 상태였고 국과수에서 먼저 (검안, 현장 감식 등을) 하자고 제안할 수는 없어서 대기하다가 밤 10시 막차를 타고 그냥 올라왔다"고 말했다.
당시 검안은 국과수팀이 도착하기 앞서 낮 12시 5분부터 약 35분간 양산 부산대병원 지하 1층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이뤄졌다. 검·경 관계자와 허기영 부산대 법의학 교수, 정재성 변호사(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등이 입회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미 검안이 끝났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중대한 사건이니 검찰이 요청을 했다면 우리로선 당연히 검안이나 현장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의뢰하지 않은) 이유는 검찰에 물어야지 우리로선 알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검찰 "국과수팀 도착 여부 알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선 시신 상태, 투신 장소의 혈흔 여부, 외투나 등산화가 벗겨져 있었던 이유 등을 둘러싸고 의혹이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장이나 시신도 보지 않고 판단해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언급을 삼갔다.
의문은 검찰에 쏠린다. 왜 국과수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는 지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창원지검 한승철 차장검사는 "당일 시신을 유족 측에 인도한 오후 5시 20분까지 국과수팀이 내려와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알았다 하더라도 유족 측이 재검안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검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남지방경찰청은 서거 이튿날인 지난 24일 "부엉이바위 45m 아래에서 수거한 등산화와 윗옷, 머리카락, 혈흔 등을 국과수로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부산에 있는 국과수 남부분소에서 감식 중이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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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팀 급파 검찰의뢰 없어 현장도 못 보고 '빈손' 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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