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룸바에서 생선을 잡아 회를 치다

호주 대륙 자동차 여행 (17)

등록 2009.06.01 10:01수정 2009.06.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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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카룹바의 석양, 참 아릅답다. 해안에는 악어 새끼가 놀고 있다.

카룹바의 석양, 참 아릅답다. 해안에는 악어 새끼가 놀고 있다. ⓒ 이강진

카룹바의 석양, 참 아릅답다. 해안에는 악어 새끼가 놀고 있다. ⓒ 이강진

 

 

석양을 배경으로 해변에서 뛰노는 악어새끼

 

오늘은 황량한 벌판을 지나 카룸바(Karumba)로 떠난다. 카룸바는 바닷가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한참 운전을 하는데 멀리 도로 한가운데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운전을 하다 보면 흔히 보이는 차에 치여 죽은 캥거루를 뜯어 먹는 까마귀려니 생각하며 운전을 계속한다.

 

평소에 하던 대로 클랙슨을 계속 눌러가며 가까이 가자 독수리 두 마리가 뱀을 낚아 쥐고서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두 마리의 독수리가 함께 잡아야 할 정도로 큰 뱀이다.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여주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에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아마도 찻길을 건너는 뱀이 독수리에게 잡힌 것 같다. 순간적이라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가야 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해도 믿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카룸바에 들어서는 길은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다. 가끔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것이 보인다. 사방에 조그만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멀리 아스팔트 도로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때문에 도로가 젖은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카룸바를 들어서니 인구 600명이라는 안내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마을에 상주하는 인구는 600여 명밖에 안 되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조지타운에서 들은 대로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캐러밴파크는 사람들로 넘쳐나 근처에 있는 시골 골프장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우리는 조그만 텐트를 가지고 있기에 간신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이곳은 겨울에도 따뜻한 여름 날씨라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남쪽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이곳에서 보낸다고 한다. 호주에는 철새처럼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나는 석양을 즐기려고 해변에 조금 일찍 나와 서성거리는데 바로 앞에서 악어 새끼가 돌아다닌다. 새끼가 있으면 어딘가 어미도 있을 것을 생각하니 겁이 난다. 사람들은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 앉아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석양에 넋을 잃고 있다. 나도 백사장으로 올라와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태양을 본다. 물이 빠져 갯벌 중간 중간에 고여 있는 바닷물과 갈매기들이 어울려 바다로 빠져 들어가는 태양의 모습은 장관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심취해 있는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경치를 보면서 악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자연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는 도시에 범죄가 더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a  카룸바로 가는 길은 둔덕하나 보이지 않는 평원이다.

카룸바로 가는 길은 둔덕하나 보이지 않는 평원이다. ⓒ 이강진

카룸바로 가는 길은 둔덕하나 보이지 않는 평원이다. ⓒ 이강진

 

 

물고기와 하루를

 

카룸바(Karumba)는 낚시가 잘되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오는 사람 중에는 지프에 배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나는 캐러밴파크 주인에게 미끼를 사면서 낚시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낚시 준비를 하였다. 밑줄을 길게 쓰고 커다란 새우 한 마리를 통째로 쓰라고 일러준다. 이곳은 하루에 한 번만 바다 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큰 강물 탓일까? 다음날 아침 10시가 만조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잠자리에 들었다.  대어 낚는 생각을 하며.......

 

다음날 아침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바닷가로 나갔다. 물고기를 못 잡으면 오후에는 배를 빌려 타고서라도 꼭 생선회 맛은 보고 가려고 마음을 굳게 먹어본다. 만조가 되려면 아직도 2시간 정도 남아있었는데 바닷물은 벌써 많이 들어와 있다. 많은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는 곳을 찾아 나도 낚싯대를 드리웠다.

얼마 되지 않아 묵직한 것이 낚싯대를 잡은 손을 휘청거리게 한다. 낚았다. 꽤 큰놈이다. 그러나 어렵게 끌어올린 것은 '캣 피시'(Cat Fish)라고 불리는 호주 사람이 즐겨 먹지 않는 고기다. 내가 보기에는 메기를 닮았다. 덩치가 꽤 좋은 놈이다. 옆에서 낚시하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았더니 회를 떠서 살만 튀겨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한다. 하여간 처음 잡은 것이라 양동이에 집어넣고 다시 낚싯대를 던진다.

 

이번에도 휘청, 또 덩치 좋은 캣 피시다. 지느러미가 날카로워서 조심해야 한다고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설명해주며 자상하게 고기에 손은 대지 않고 칼로 잘 처리를 해서 낚싯바늘을 빼 준다. 낚싯대를 흔드는 손맛은 아주 좋다.

 

회를 먹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가지고 또 낚싯대를 던진다. 곧 신호가 온다. 이번에도 묵직한 것이 손맛이 좋다. 이번에 올라온 놈은 구룬터(Grunter)라고 하는 도미 사촌 정도 되어 보이는 힘 종은 생선이다. 옆에서 있던 할아버지가 구룬터는 40센티미터가 규정인데 내가 잡은 것은 조금 작아 보인다고 귀띔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꽤 커 보이는데... 할 수 없이 아쉬움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들 눈도 있고 해서 살려 보내주고 또다시 기다렸다. 하여간 손맛은 심심치 않게 보다 보니 시간은 잘도 지나간다.

 

이번에도 또 무엇인가 큰 것이 걸려 잡아 챙겼다. 어렵게 드래그까지 풀어 주면서 끌어올리니 70센티 이상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구룬터가 잡혀 올라왔다. 이제 최소한 회 맛은 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며 계속 낚시를 한다. 계속해서 50센티미터는 훌쩍 넘을 구룬터를 3마리나 더 끌어올렸다. 이제 충분히 잡았다고 낚싯대를 접는데 옆에서 고등어를 잡기 시작한다. 고등어가 나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우리가 먹을 만큼 충분히 잡았고 점심때가 되어 배도 출출해 낚시터를 떠난다.  

 

a  '구룬터'라 불리는 생선, 힘이 아주 좋다

'구룬터'라 불리는 생선, 힘이 아주 좋다 ⓒ 이강진

'구룬터'라 불리는 생선, 힘이 아주 좋다 ⓒ 이강진

 

 

옆에 텐트에 있는 시드니에서 올라온 젊은 부부에게 구룬터 한 마리를 주었다. 시드니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데 일 년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내 낚시 실력으로 먹음직한 큰 생선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남에게 주기는 처음이다. 내가 잡은 생선은 점심을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오늘따라 캐러밴 주인이 생선 손님을 위해 바비큐와 함께 가수를 초청해 파티한다고 한다. 초청된 가수는 60년대의 컨츄리 송을 부르며 흥을 돋았고, 많은 사람은 나와 춤을 추며 노는 흥겨운 한 마당이다. 이미 생선회로 잘 먹었으나 공짜라는 바람에 생선 바비큐까지 먹고 나니 오늘은 생선만으로 하루를 지낸 꼴이 되었다. 생선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감이 있다.

 

a  시골 인심이 좋다. 개러밴파크 주인이 손님을 위해 초청 가수를 불러다 놓고 생선 바비큐를 선사한다.

시골 인심이 좋다. 개러밴파크 주인이 손님을 위해 초청 가수를 불러다 놓고 생선 바비큐를 선사한다. ⓒ 이강진

시골 인심이 좋다. 개러밴파크 주인이 손님을 위해 초청 가수를 불러다 놓고 생선 바비큐를 선사한다. ⓒ 이강진

 

덧붙이는 글 | 호주 시드니 동포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2009.06.01 10:0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호주 시드니 동포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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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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