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이 자사고 신청 독려... 교사·학부모는 무시"

공동행동, 자율형사립고 신청 33개교 중 25개교 '미자격 학교'

등록 2009.06.01 16:46수정 2009.06.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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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를 신청한 서울 지역 33개 고교 중 25개교의 재단전입금 비율이 자사고 선정 기준인 5%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12개 학교는 법정 재단전입금을 납부조차 하지 않은 '미자격 학교'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1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위해 절차와 명분을 잊은 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1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위해 절차와 명분을 잊은 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환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1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위해 절차와 명분을 잊은 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환

 

재단전입금 비율 기준 5% 채운 학교 8개교에 불과

 

2007~2008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2006~2007년 기준)에 따르면 자사고를 신청한 33개교 중 8개교만이 재단전입금 비율 5%(2007년 기준)를 넘었다. 재단전입금 비율이 2년 연속 5%를 넘은 학교는 5개교에 불과하다.

 

나머지 25개교는 선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자사고 신청을 한 셈이다. 특히 강서구 영일고, 은평구 충암고, 광진구 대원여고 등 8개교는 재단전입금 비율이 2년 연속(2006년, 2007년) 채 1%도 되지 않았다. 또 자사고 신청 학교 중 12개교가 법정재단전입금을 완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 신청 학교 연간 예산 중 재단전입금 비율.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전입금비율 5%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07~08년 국정 감사 자료)
자사고 신청 학교 연간 예산 중 재단전입금 비율.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전입금비율 5%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07~08년 국정 감사 자료)김환
자사고 신청 학교 연간 예산 중 재단전입금 비율.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전입금비율 5%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07~08년 국정 감사 자료) ⓒ 김환

충암고등학교(은평구)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07년도 전입금비율 0.24%는) 예전 일이다"며 "재단전입금비율 5%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고, 나머지 자사고 요건도 맞추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1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 신청을 위해 절차와 명분을 잊은 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년부터는 최소 5% 이상을 채워서 자사고를 운영할 계획이라면 그동안은 왜 법정 전입금조차 납부하지 않아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학교 운영경비의 1/20만을 납부하고 학교 전체의 자율 운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교사와 학부모 의견 무시한 채 자사고 신청

 

또한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은 일부 고교가 자사고가 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신청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O고등학교는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자사고 신청 투표에서 반대자에게만 이유를 쓰도록 강요했고, 동문인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이 학교로 방문하여 신청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ㄷ고등학교는 교직원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반대했음에도 이사회 측에서 일방적으로 신청을 강행했고, ㄷ여자고등학교의 경우에도 행정실장이 '전원동의'를 임의로 선언한 뒤 자사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은  "자사고로 지정되면 교육과정부터 재정운용, 학생모집 등이 대폭 수정되기 때문에 학교구성원들의 토론을 통해 합의되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럼에도 재단과 학교장이 수치심을 잃은 채 낮 뜨거운 행태를 보이는 것은 부자학교가 되기 위함이다"고 꼬집었다.

 

김은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자사고'는 이름부터 '스스로 죽음으로 몰고 가는 고등학교(自死高)'이다"며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뺏어가는 이명박 정권의 경쟁‧귀족‧특권 교육에 맞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 관계자는 "자사고 선정에 있어서 재단전입금 비율 5%는 무조건 충족돼야 한다"면서도 "현재까지 5% 미만인 학교도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각서를 제출하면 자사고로 선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자사고 선정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2009.06.01 16:4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자사고 #전입금비율 #자율형 사립고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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