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빌라 주차장에서 담배피우다 '날벼락'

집안에서도 맘대로 피우기 쉽지 않아...어디서 피우란 말인가?

등록 2009.06.07 09:19수정 2009.06.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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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골목에서 종종 봐오던 풍경이 있습니다. 그 골목 앞을 자주 지나다니면서 종종 어떤 장면을 본 것입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늘 지정된 그 장소에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한 빌라 주차장이었습니다. 그 빌라 2층은 개조해서 사무실로 쓰는 듯 보였고 그 바로 아래 주차장에서 그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게 생각된 것은 이 흡연 남성이 그 빌라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빌라 주차장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곳의 한 빌라에서 담배를 들고 나와 늘 그 빌라 주차장 아래에서 피우는 모습을 자주 봐왔습니다. 비교적 큰길에서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주차장이지요

왜 자신의 집안이나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굳이 수십 미터를 이동해 남의 빌라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걸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만약 가족들이 싫어해서 밖에 나왔다면 자신의 빌라 앞에서 피워도 될 텐데 왜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걸까?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하튼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기어이 지난 5일(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모락모락 위로 올라가던 담배연기가 2층 사람들을 자극한 모양입니다. 주부로 보이는 여자 분이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놓고 비교적 큰 소리를 냈습니다.

"아저씨! 저쪽 빌라에 사는 분 같은데 왜 맨날 여기 와서 담배를 피우세요? 아저씨 때문에 창문도 못 열어 놓잖아요. 정말.."


남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들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미안해하거나 화를 내지도 않고 묵묵히 그 자리를 옮겨 다른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의 말투로 보아 그동안 이 일이 반복됐고 참고 참다가 터진 모양이었습니다. 흡연하는 아저씨한테 하는 말로 봐선 같은 동네 살면서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이 같은데 자신의 빌라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모습 보면서 정말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없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차라리 자신 빌라 옥상에서 태웠더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텐데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는데 사실 보통 문제는 아니더군요. 현관문을 열어두면 계단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때문에 현관문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창문을 열어두면 아래층 집안에서 피우는 담배연기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관 계단에서 피우는 것은 자제를 부탁할 수도 있지만 방안에서 피우는 경우는 뭐라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남의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밖이나 옥상에서 피우세요, 혹은 창문 닫고 피우세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상황이 그러니 아래층에서 담배연기가 올라오면 잠시 문을 닫아두게 됩니다. 물론 현관문틈으로 줄줄 들어오긴 하지만요. 그러나 딱히 뭐라 하기도 그렇습니다.

비흡연자들이 담배 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고 흡연자들의 흡연의 자유도 중요합니다만 사회인식이나 대세는 전자인 것 같습니다. 길거리 흡연제한 이야기가 나오고 당장 내년부터 PC방, 만화방 등 많은 공중이용시설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국민증진법 개정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얼마전 온라인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논쟁은 담배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되겠지요?

그런데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이 담배가격의 절반도 넘는데 그 세금으로 흡연자들의 자유로운 흡연을 위한 정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셈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세금을 많이 내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데도 흡연자들이 죄인 취급 받고 눈치 살살 살펴야 하는 상황이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a  우리집 빌라 입구 쪽 주차장. 담배꽁초가 한가득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계단을 따라 현관으로 바로 들어온다.

우리집 빌라 입구 쪽 주차장. 담배꽁초가 한가득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계단을 따라 현관으로 바로 들어온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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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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