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원학교'에 1400억? 대학등록금이나 낮춰라

등록 2009.06.08 15:41수정 2009.06.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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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교과부가 '친환경 전원학교' 육성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면 소재 초등·중학교 110곳을 최첨단 시설을 갖춘 '친환경 전원학교'로 지정해 3년 동안 약 14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 110곳을 선정, 3년 동안 모두 1393억 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경남도민일보 - 친환경 전원학교 생긴다.
한겨레 - 농어촌 소규모 학교 친환경 전원학교로 바꾼다

'친환경 전원학교'는 농산어촌에 있는 학생 수 20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 중 최첨단 시설을 바탕으로 우수 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율학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교과부는 "농산어촌 우수 초등·중학교 집중 육성을 통해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 학생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학교의 성공모델을 만들겠다"고 하였다는군요.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지난 2월 학교 현장 시찰 후 처음 계획을 밝혔으며 4개월여 만에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대체로 아래와 같은 시설지원과 교육과정 변경을 통하여 '친환경 전원학교'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①전원학교 시설
- 자연체험 학습장, 생태 연못, 산책로, 잔디운동장 등 자연친화적 시설
- 전자칠판, IP TV, 디지털 교과서 등 첨단 이러닝 교실


②교육과정 변경
- 체험중심 교육과정, 독서, 인성 교육, 학력증진 프로그램,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도농교류 프로그램 운영

③지역사회 연계
- 지역사회교육센터 설치, 주민의 학교 운영 참여 확대


④기타 제도 개선
- 교장공모제, 교사공모제, 자율학교 지정, 교원 순환보직제 개선, 가산점 부여, 사택현대화 등 혜택

언론에 보도된 교과부 관계자 인터뷰에는 "농어촌 인근 지역은 물론 도시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하였다는군요.

1400억 원 예산을 쏟아붓는 사업을 4개월만에 참으로 졸속(?)으로 세웠더군요. 제가 보기에 '친환경 전원학교'는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인데, 교과부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리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기대를 밝혔다고 합니다.

친환경 전원학교 계획, 가만히 한 번 살펴봅시다!

첫째, 농어촌 학교에 어울리는 정책이 아닙니다. 농어촌 학교는 일부러 자연학습 체험장을 만들지 않아도 주변이 온통 자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자연체험학습장, 생태연못, 산책로, 잔디운동장은 농촌학교보다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삭막한 도시 학교가 상대적으로 더 절실합니다.

이것은 딱 이명박식 '건설 마피아'적인 발상입니다. 멀쩡한 시골학교 운동장을 파 뒤집어 자연학습 체험장을 만들고 생태연못을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엔 건교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한반도 운하 사업)의 교과부 버전에 다름 아닙니다. 거기다가 잔디운동장도 만들겠다고 하는데, 요즘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늘려가는 '인조잔디 운동장'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전자칠판, 디지털교과서, IP-TV는 또 뭔가요? 그동안 한국의 농촌학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이 분필가루 날리는 칠판 때문에, 종이로 된 교과서 때문에 그리고 수십 개 채널이 나오는 IP-TV가 없어서 이렇게 되었다는 건가요? 농어촌 학교의 학생 수 감소와 비정상적 교육과정이 이런 최첨단 기기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는 건가요?

이런 첨단기기 설치는 친환경 전원학교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예산 낭비일 뿐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전자칠판, 디지털 교과서, IP-TV 만드는 회사들에게 그냥 교과부 예산을 갖다 바치는 일에 불과합니다.

교과부가 스스로 분석한 것처럼, 농어촌 경제쇠퇴로 인한 인구감소, 학생 이탈 심화가 근본 원인인데,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교과부의 '친환경 전원학교' 정책은 감기든 사람에게 소화제 먹이는 꼴과 같습니다.

생태연못 만들고 IP-TV를 설치하면 아이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어리석은 발상을 하고 있는 안병만 장관과 교과부 관료들을 보면 참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혹시, 도시에 사는 학부모들 의견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을까요? 농어촌 지역에 생태연못이 있는 학교, 자연체험 학습장이 있는 학교, 전자 칠판과 디지털 교과서가 있는 학교가 들어서면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를 갈 학부모들이 있는지 말입니다.

셋째, 주민의 학교 운영 참여 확대, 교장공모제, 교사공모제, 교원 순환보직제 개선, 이런 제도 개선을 왜 꼭 농어촌에 있는 '친환경 전원학교'에서만 해야 하는가요? 이런 제도 개선은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다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혹은, 제도 개선을 위하여 시범 실시를 한다면, 농어촌 학교 뿐만 아니라 도시학교에서도 시범실시를 해보고 그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제도 개선안은 그냥 끼워넣기에 불과해 보입니다. 1400억 원 예산을 쏟아 부어 농촌학교 운동장을 파 뒤집고, 전자칠판, 디지털 교과서로 바꾸는 정책에 곁다리로 들어간 정책일 뿐입니다.

주민의 학교 운영 참여 확대, 교장, 교사 공모제, 교원순환 보직 같은 정책을 수행하는 데는 예산이 별로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돈 많이 쏟아 붓는 정책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끼워넣은 정책에 불과해 보입니다.

넷째,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관료들은 곧 한국이 인구감소 국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교과부의 '친환경 전원학교' 계획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교과부 계획대로 성공하면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지만, 도시 아이들이 농어촌 전원학교로 몰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서울은 상황이 다르겠지만,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아이들이 농어촌 전원학교로 몰려가면 도시학교가 공동화될 것이 뻔합니다.

지금도 중소도시에는 학생수가 감소하여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들이 적지 않습니다. 친환경 전원학교는 실패할 것이 뻔하지만, 만약 성공할 경우에도 '풍선효과'로 인한 도시학교 공동화라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국민들은 대학 등록금 낮춰 주겠다던 대선 공약을 이행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데, 농촌학교 운동장 파 뒤집고 칠판 바꾸고 교과서 바꾸는 데 1400억 원을 쏟아붓겠다는 이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는 귀를 틀어 막고 도대체 누구와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촌학교 #전원학교 #친환경 #폐교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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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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