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춘의 덫' 중 한 장면.남자친구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출산했던 미라씨는 남자친구를 상대로 어떤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김봉석
이미라(가명)씨는 여상을 졸업하고 한 건설회사에서 경리사원으로 근무하던 2004년 9월경, 우연히 S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전자회사 기획실에 근무하고 있던 방배신(가명)씨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 그러다 같은 해 11월경 강릉 경포대에 놀러갔다가 배신씨에게 성관계를 요구받았다. 미라씨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지속적인 요구에 자신의 장래를 책임질 것이라 믿고 관계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일주일에 1, 2회씩 만나 관계를 가졌고, 미라씨는 3번이나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배신씨는 결혼에 대해 명시적인 언약을 하지 않았다.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하면 "우리도 결혼하자"는 말을 흘리긴 했지만, 결혼준비나 날짜, 미래 설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미라씨는 자신의 부모가 별거를 하고 있고, 오빠는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등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지만, 배신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2006년 3월경, 미라씨가 결혼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배신씨에게 실망해 결혼 여부를 물어보자, 배신씨는 미라씨의 가정환경을 알게 된 부모가 적극 반대하고 있으며, 자신도 학력과 가정환경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결혼이 엄두가 나지 않으니 헤어지자고 말했다.
미라씨는 이전에는 자신의 가정환경에 대해 문제 삼지 않다가 이제 와서 부모의 반대를 핑계 삼아 결혼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자신을 노리갯감으로 농락한 것이라며, 절대로 헤어질 수 없으니 결혼을 하자고 완강하게 주장했다.
그 후 미라씨는 배신씨의 친구로부터 그가 이미 2006년 2월경 S여대를 졸업한 후 미국계 I전자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과 맞선을 보고 결혼을 약속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미라씨는 즉시 그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정작 약속장소에는 배신씨가 나타나 "맞선 본 여성과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으니 염려 말라"면서도, 부모의 반대로 결혼할 수 없다고 재차 결별을 요구하였다.
이런 중에도 미라씨는 2006년 8월 26일경 배신씨의 생일날 마지막 관계를 가졌고, 곧 임신을 하게 되었다. 배신씨는 강하게 임신중절을 요구했지만, 미라씨는 아기를 출산하면 남자친구가 돌아오리라 생각해 2007년 6월 중순경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출산사실을 알고도 배신씨는 끝내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미 배신씨는 출산 직전인 4월 20일경, 맞선 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살림을 시작한 상태였다. 한편, 미라씨가 출산한 아기는 같은 해 12월 15일경 폐렴으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
해결책 - 약혼해제와 손해배상청구소송 1)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미라씨 사례의 경우,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당사자의 일방(방배신씨)이 타방(이미라씨)에게 약혼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약 3년간에 걸친 교제 및 계속되는 성적 교섭에 의해 상대방(이미라씨)에게 약혼 성립에 대한 신뢰를 주었으므로 장차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신뢰의 보호를 위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혼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며, 따라서 당사자의 일방(방배신씨)이 그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하였다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2) 법적 근거 - 민법 804, 805조민법 제804조 '약혼해제의 사유'에 따르면, 당사자의 일방에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①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② 약혼 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때③ 성병, 불치의 정신병 기타 불치의 악질이 있는 때④ 약혼 후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⑤ 약혼 후 타인과 간음한 때⑥ 약혼 후 1년 이상 그 생사가 불명한 때⑦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하는 때⑧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또한, 민법 제805조 '약혼해제의 방법'에 따르면, 약혼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해제의 원인 있음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 아래 민법 제806조에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규정돼 있다.
민법 제806조 (약혼해제와 손해배상청구권) ①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② 전항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 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③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양도 또는 승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사자 간에 이미 그 배상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거나 소를 제기한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3) 손해배상 청구의 상대방과 절차① 손해배상 청구인과 상대방 - 미라씨 부모도 손해배상 청구 가능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려는 자는 약혼 당사자 중 피해자 일방이 가해자 일방에게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즉 복수 피해자가 복수 가해자에게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약혼 당사자 중 피해자 본인은 물론 피해자의 부모도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손해배상 청구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피해를 입힌 가해 당사자는 물론 부모가 아들과 묵시적으로 통모하여 약혼을 파기하는 데 일조하였다면 그의 부모 역시 가해자로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해자를 확장하는 것의 이점은 직접적인 가해자에게 책임재산이 없고, 약혼을 파기하도록 교사 내지 방조한 부모에게는 보통 책임재산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확장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손해배상액 - 판례는 '정신적 위자료' 1억원까지 손해배상액은 크게 물질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로 나누어지고, 물질적 손해는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로 나누어진다. 적극적 손해는 약혼으로 인해 지출한 예물, 약혼식 비용 등 약혼을 하면서 실제 지출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손해이고, 소극적 손해는 장래 발생할 물질적 손해이다. 미라씨의 경우, 배신씨의 약혼 파기로 인해 직장에 계속 근무할 수 없었다면 직장에 계속 근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분이 소극적 손해에 해당될 수 있다.
정신적 손해는 소위 '정신적 위자료'인데, 미라씨나 그녀의 부모가 배신씨와 그의 부모로부터 약혼 파기를 당함으로써 입은 정신적 손해이다. 위자료(정신적 손해)를 산정하는 기준이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으나, 판례에 나타난 것을 보면 정신적 피해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적게는 금 1만 원에서 많게는 금 1억 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라씨의 경우는 배신씨의 약혼 파기로 인해 입은 물질적 손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한 금원(장래의 일실 손해에 대해서는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산정한 금원이어야 한다)과 미라씨가 이 사건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를 감안한 위자료 금 8천만 원 정도를 청구하는 게 좋을 것이며, 부모의 위자료는 각자 금 3천만 원씩을 청구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③ 청구 절차 - 조정신청 혹은 조정이의제기에 의한 심판미라씨의 약혼해제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은 가사소송법 제2조 다류 사건이다. 따라서 가사소송법 제50조의 규정에 의하여 먼저 조정신청을 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그것으로 소송사건은 종료되지만 조정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가사소송절차에 따라 심판하게 된다. 가사소송사건 중 다류 사건은 약혼해제 또는 사실혼관계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제3자에 대한 청구를 포함한다) 및 원상회복의 청구 사건이다.
가사소송법 제2조 (가정법원의 관장사항) ① 다음 각 호의 사항(이하 "가사사건"이라 한다)에 대한 심리와 재판은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한다. 가사소송법 제50조 (조정전치주의) ① 나류 및 다류 가사소송사건과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② 제1항의 사건에 관하여 조정을 신청하지 아니하고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한 때에는 가정법원은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여야 한다. 다만, 공시송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을 소환할 수 없거나 그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더라도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