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쌀(禾)을 고루 나누어(平) 먹는(口) 것이다

[긴급기획- 6.15로 돌아가자 ①] 이 대통령, 결자해지해야

등록 2009.06.11 11:19수정 2009.06.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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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 '제3차 북핵 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제3차 서해교전'과 '3일 전쟁'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남북한의 50년 갈등과 증오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딘 6.15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건 긴급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한반도에 다시 북핵 위기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유엔 안보리는 광범위한 대북 제재안으로 응징에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이미 지난달 29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안보리가 더 이상의 도발을 해오는 경우 그에 대처한 우리의 더 이상의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서해에는 긴장의 파고가 넘실거린다. 서해의 연평도와 백령도에는 내외신 기자 40~50명이 상주하면서 일촉즉발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남북한 해군은 지난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두 번에 걸쳐 교전(제1, 2 연평해전)을 치렀다. 꽃게잡이 철과 겹치는 이번 6월에 서해에서 또 전쟁이 터지면 제3차 서해교전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입 달린 전문가들은 거개가 전쟁이 날 것을 공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 한 정보위원은 "현재의 상황은 한반도에 긴장조성이 필요한 김정일과 이명박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며 "그래서 전쟁이 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쟁 날 것이다... 그러나 제한 전쟁일 것이다"

 연평도 인근 해상은 1999년 제1연평해전에 이어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해역으로 2004년 남북 함정 간 무선통신 등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측 경비정의 잇따른 NLL 침범으로 긴장이 계속되는 곳이다.
연평도 인근 해상은 1999년 제1연평해전에 이어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해역으로 2004년 남북 함정 간 무선통신 등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측 경비정의 잇따른 NLL 침범으로 긴장이 계속되는 곳이다.연합뉴스 서명곤

- 북한 동향이 심상치 않다. 전쟁이 날 것 같은가.

"전쟁 난다. 현재의 상황은 한반도에 긴장조성이 필요한 김정일과 이명박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전쟁이 날 것이다. 그러나 제한 전쟁일 것이다. (남북한 모두) 미국을 의식해 국지전에 그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위원, 3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한 전쟁'(국지전)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미군이 있으니 (남북한이 모두) 지상전까지 전선을 확대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북한의 대남 도발이 일촉즉발 상황인데 서해안에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가능성이 있지요. 저쪽에서도 (남한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면 선전포고로 인정한다고 했으니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쓸 능력이 없고 재래식 무기는 전부 노후화됐고…. 미군이 있으니 지상전까지 전선을 확대시키진 않을 겁니다."(김대중 전 대통령, 8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그러나 전쟁이 계획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전쟁이라는 지뢰밭에는 늘 의외의 돌발 변수들이 잠복해 있다. 제한된 해상교전일지라도 한순간에 지상전으로 옮겨 붙을 수 있고, 국지전은 어느 순간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모든 전쟁은 예측불허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발적인 인화성보다 더 위험한 것은 한반도에 전쟁을 바라는 세력들이 있다는 점이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지금은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욕구가 한반도에 충만해 보인다"면서 제한된 고강도 전쟁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는 군사적 충돌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에 충만한 군사적 충돌 욕구... 남북 정권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욕구가 한반도에 충만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군사적 충돌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군사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위험한 충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8일자 <오마이뉴스> 인터뷰)

그 점은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실험 직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강경 정책은 미국의 관심 끌기용인 동시에 후계자의 업적을 쌓기 위한 명분용"이라면서 "초강수를 통해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면 모든 성과를 후계자의 몫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긴장을 고조하는 이면에는 3세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후계자의 업적을 쌓기 위해서라도 긴장 조성의 전의를 불태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긴장을 완화하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오히려 앞장서서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타박한다.

이는 북한 핵실험 이후 취한 이 대통령의 '안보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 5일 국가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간담회 ▲ 6일 한미 연합 항공작전 지휘통제부 방문 ▲ 8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 주한미군 장성 부부 청와대 초청행사 등을 통해 연일 북한 정권에게 '덤비려면 얼마든지 덤벼라'는 식의 호전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물론 북한군에 비해 한국군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제1, 2차 서해교전 때만 해도 남북간에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정치적 메커니즘과 대화 채널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확보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한 당국간의 신뢰는커녕, 대화할 수 있는 핫라인마저 끊긴 상황이다. 게다가 남북한 경제협력의 버팀목이었던 금강산관광은 중단된 지 1년째이고 개성공단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실정이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야경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야경연합뉴스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남북한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일부 극우보수주의자들은 전쟁을 불사하는 흡수통일을 주장하지만 현 상황에서 전쟁은 남북한 정권 모두에게 위기의 돌파구가 아니라 무덤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난 8일 남북관계 타개를 위한 긴급비상회의를 열고 세 가지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것은 ▲ 이명박 정부는 대북안보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 ▲ 북한은 핵실험 등 일련의 군사적 긴장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선결 조건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화해협력의 비전을 제시한 6·15 공동선언과 그 실천 계획인 10·4 합의를 인정하고 실행에 옮길 것을 이명박 정부에 요구해 왔다. 북한 처지에서 10.4 합의에는 15조원이라는 경제적 실리가 담겨 있고, 6.15 선언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최초로 수표(서명)한 민족적 자존심이 담겨 있다.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이명박 대통령이 6.15 선언의 존중 및 10.4 합의의 이행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는 6.15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전쟁에서 벗어나는 거대한 발걸음'이라고 정의했다.

"6.15 정상회담은 한반도가 전쟁으로부터 벗어나는 거대한 발걸음이었으며, 고립되고 곤궁한 북한 주민들과 매우 번창하고 있는 남녘의 형제자매들 사이에 시작될 긴 화해 과정의 새로운 서막이었다."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6.15 4주년 기조연설)

그렇다. 평화(平和)라는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골고루 나누어[平] 쌀[禾]을 먹는[口] 것이다. 즉, 평화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이웃형제와 쌀을 나누어 먹을 때 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남북한이 6.15 정신으로 돌아갈 때이다.
#6.15 #서해교전 #제3차 북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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