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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20분. 어찌 보면 이른 출근 시간대임에도 오늘도 강서지역 직장인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몸을 싣는다. 가양동, 등촌동, 염창동 일대에 거주하면서 만원버스에 몸을 싣는 이들은 대부분 당산역으로 향하고 일부는 합정역과 여의도로 향한다. 버스가 이마트 가양점을 지나서부터는 뒷문으로 승차하기 시작해서 두 정류장 정도 지나면 버스가 꽉 차서 내릴 손님이 없을 경우 그냥 통과하기 일쑤다.
몇 대의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과 한발자국 옮기기조차 힘든 숨 막히는 버스 안에서 지하철역까지 빨리 도착해 주기만을 바라는 사람 모두 출근길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기대한 것이 있었다면 '9호선만 개통되면 이 고생은 끝이 나겠지'하는 희망이 아니었을까. 역세권에 사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닐 생각에, 비역세권은 지하철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버스길이 좀 더 편해질 거라는 생각에 힘든 출근길을 참아 왔을 것이다.
역무자동화 설비(AFC) 장애라는 이유로 9호선 개통의 무기한 연기. 단순한 연기 사실보다 그것은 그 지역 주민들의 특히 직장인들의 희망의 연기였다. 그로 인한 실망감은 얼마나 컸을 것인가. 또한 9호선 개통에 맞춰 장사를 시작한 상인들은 어떤가. 9호선을 테마로 행사를 준비하고 현수막을 내걸었던 이들은 이제 어디에서 이벤트의 명분을 찾아야 할까.
개통 연기 사실을 좀 더 일찍 알려 줄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설비의 장애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걸 좀 더 일찍 발견할 순 없었을까. '개통일만 믿고 이 지역으로 이사를 왔는데 하루 전날 연기 사실을 발표한 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출근길에 만난 어느 직장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관계자들은 기본요금 협의에만 급급하고 정작 시민의 편의와 안전에 관련된 설비문제에는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예정되었던 개통일 전 출근길 꽉 찬 버스에서 "이틀만 참으면 이런 고생 안해도 되네요"하고 웃으며 위로해 주던 어느 기사님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2009.06.18 15:0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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