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8일 MBC < PD수첩 >의 광우병보도가 왜곡됐다면서 PD, 작가 등 관련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청와대도 '총체적 왜곡조작', '경악을 금치 못할', '불순한 의도' 등의 대변인 논평을 냈고, 여당인 한나라당도 '사실왜곡' 등 분노에 가까운 대변인 논평을 냈다. 물론 민주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은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당연한 보도였다'고 정부와 한나라당의 반응을 일축했다.
이 사건을 놓고 차분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죄형 법정주의다. 법정에 서지 않고서는 죄인이 아니다.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 PD수첩 > 기소단계에서부터 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법원 판결도 아닌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광우병 보도의 당사자격인 청와대가 논평을 내는 것도 문제지만, '경악' 등의 격한 감정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민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행위는 결코 온당치 못하다. 권력들의 이런 행위는 기소단계에서 죄를 공표하고 각인시킴으로써 피의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한 법정에서도 얼마든지 기소내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는 지난 5월 촉발된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가 전적으로 < PD수첩 > 보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최소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국민들은 여러 가지 광우병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섭렵해 행동에 옮겼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 신문, 미국 사는 지인들의 얘기, 학자, 전문가 등의 얘기를 이곳저곳에서 듣고 나름대로 판단을 했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그렇다. 몰론 < PD수첩 >의 보도도 그 중 일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숙한 우리 국민들을 놓고 여러 가지 정보 습득 행위를 간과해 평가하고 있는 정부의 인식이 이해가 안 된다. 바로 < PD수첩 > 때문에 정부가 곤경에 빠졌다는 인식.
광우병 촛불 시위 당시, 조중동문 등 보수신문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입장과 긍정적 측면을 다뤘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 정보를 선택하지 않고 왜곡보도의 책임을 보수신문에 돌렸다. 그리고 항의방문까지 했다. 약간의 오류가 있더라도 국민들은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가려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D수첩 > 광우병 보도가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 PD수첩 > 보도가 개인의 사익추구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명백한 국민 모두의 건강권 유지를 위한 경종, 즉 공익 추구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하겠다. 설령 일부 오류가 있었더라도 공익 추구를 위한 것이라면 언론사 측에 손을 들어 주는 선진국들 판례가 이를 입증한다.
어쨌든 유머와 갈등 등을 일삼은 드라마, 오락 등 픽션 프로그램에 비해 논픽션 프로그램인 뉴스, 시사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은 사실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주목을 끌고 그것이 국민적 행위로 직결될 때가 많다. 에이즈, 담배 등의 프로그램에서 에이즈 추방, 금연 등의 주제로 국민적 캠페인이 벌어진 것도 좋은 예다.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 PD수첩 >도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만히 따져 보면, 사실을 근거로 한 논픽션 프로그램도 한 점 부끄러움 없고, 오류 없이 정확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폭넓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뿐이다. 앵글 위치, 카메라의 방향, 샷의 크기 등 카메라의 메커니즘이 개입 될 수도 있고, 조명이 밝고 어둠도 관계가 있다.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가느다란 목소리의 해설 때문에 사실보다 왜곡된 측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외국어 번역 과정에서 약간의 오역도 있을 수 있다. 직역을 하면 의미 전달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역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즉 현재 지상파, 케이블, 위성, 인터넷 등에서 방송하고 있는 수많은 논픽션 프로그램도 트집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어느 방송 논픽션 프로그램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 PD수첩 >도 마찬가지다. 그 덫에 < PD수첩 >이 걸린 것이다. 거기에다 작가의 사생활 영역인 이메일을 추적해 검찰이 공개했다. 검찰의 이런 행위가 사회적 정당성을 입증 받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 < PD수첩 > 보도내용의 공정성을 따지는 수사에서 개인 이메일을 추적해 정치적인 색깔을 덧씌워 사건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정말 잘못된 검찰의 판단이다. 프로그램 내용 자체에 대한 수사였지,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수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라운드 법정에 선 '광우병 보도 < PD수첩 >' 이제부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해 본다.
2009.06.19 14:1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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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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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PD수첩 기소, 논픽션 제작 시스템 이해하지 못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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