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노제에서 한 추모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예상 못했던 20대 학생들의 '추모 공연' 제안고작 7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세월의 간극이 만들어 놓은 현실이 참으로 기막히다. 2002년 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을 발견하고 뜨겁게 환호했다. 희망을 이야기했고 새로운 꿈들이 움텄다. 공연 '바람이 분다'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그 '노무현'을 영원히 보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 불러온 충격은 컸고, 좌절과 반성 속에서 사람들은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 분다'가 준비되고 있다.
2002년 '바람이 분다'의 중심은 분명 386세대였다. 그리고 2009년 6월 21일 연세대학교에서 노천극장에서 열릴 예정인 '다시, 바람이 분다'는 아무도 예상 못했던 이들, 바로 20대 대학생들의 제안으로 준비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뒤 연세대 학생 몇 명은 문화공연 기획자 탁현민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그리고 고민을 이야기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열고 싶다고,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탁 교수에게 부탁했다.
탁현민 교수는 2002년 '바람이 분다'를 기획연출했던 주인공이다. 7년 전 노무현으로 인해 희망의 공연을 열었는데, 이제 그를 추모하는 공연을 연출해야 하다니. 학생들의 제안을 받은 날, 탁 교수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퇴근해 7년 전 공연 영상을 다시 봤다.
영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환호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고 있었다. 탁 교수는 그 영상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 분다'를 연출하기로 결심했다. "'이름 없는 세대'라 불리는 대학생들이 먼저 제안한 게 기특했고" 또다시 과거 노래운동 시절의 음악과 지금의 대중운동을 결합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윤도현 밴드, 신해철, 이상은, DJ DOC, 강산에, 전인권, 김C, 윈디시티, 피아, 노래를 찾는 사람들, 우리나라가 무대에 서기로 했다. 모두 흔쾌히 '무료' 출연을 약속했다. 무료 공연이지만 벌써 1000만 원의 자발적 관람료가 모였다.
탁 교수는 "뮤지션들도 추모와 슬픔 등 낮은 단계의 연대에 합의했기 때문에 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시민사회, 진보진영도 낮은 단계부터 연대와 공존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탁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 분노, 좌절, 절망 그리고 희망과 미래에 대한 꿈 등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다"며 "한 무대에서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게 무척 어렵지만 그냥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 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탁 교수를 18일 저녁 서울 홍익대 앞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탁 교수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참, 추모공연 당일 드레스 코드는 '노란색'이다. 이 기사를 등록할 즈음 연세대측이 공연을 불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연 다음날 사법고시가 있어서 시험에 차질이 생길 우려 때문이란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준비해서 마련된 공연, 이걸 학교가 막고 있다. 이 또한 2009년 대학민국의 현실이다.)
"요즘 애들이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정말 기특해 보였다"- 추모 공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