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식물'이라는 독특한 개념에 바탕을 둔 영화 루인스(The ruins)포스터2008년 미국 카터 스미스 감독의 작품이다.
식물에도 과연 넋이 있을까. 벌레를 잡아 먹는 식물(식충식물)이 있는 마당에 혹 사람을 잡아 먹는 식물(식인식물)은 없을까. 종교적 차원의 '영혼'이라는 개념이 아니더라도 '정신이나 마음'이 식물에는 없는 것일까. 자연의 신비를 관심 있게 접하다 보면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이같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는 BBC 인터넷판을 인용해 "벌레의 공격을 막기 위해 병든 척하는 식물이 에콰도르의 우림에서 발견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연구팀은 우림에서 자라고 있는 한 식물(칼라디움 스테우드네리폴리움)이 벌레가 먹어 병든 것처럼 얼룩무늬로 잎을 위장함으로써,자신의 잎에 나방이 알을 낳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독일 연구팀은 싱싱한 잎 수 백개에 하얀색 수정액으로 벌레 먹은 듯한 무늬를 그려넣고 3개월 뒤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초록색 잎, 얼룩무늬 잎, 수정액으로 얼룩무늬를 그려놓은 잎 등 세 가지 종류의 잎이 벌레에 먹힌 비율은 각각 8%, 1.6% , 0.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 식물이 얼룩무늬 잎을 이미 만들어내 위장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픈 척함으로써 잠엽나방이 자신의 몸에 알을 낳지 못하게 막아, (애벌레와 성충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진화생태학 저널 최신호에 실린 것으로 보도됐다.
식물은 짓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움직이는 식물은 있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식충식물)이 주인공이다. 파리지옥, 벌레잡이말 같은 식충식물은 잎을 재빨리 오무려서 벌레들을 포획해 먹는다. 또 벌레잡이제비꽃의 경우 잎에 뒤덮혀 있는 털이 토해내는 끈끈한 액체(점액)로 벌레를 붙잡아 먹는다. 끈끈이주걱,끈끈이귀개 등도 여기에 속한다. 또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통발과 비슷하고 뚜껑이 달린 작은 주머니로 벌레를 잡아 먹는 식물도 있다.
전 세계에 400여 종이 흩어져 있는 이들 식충식물은, 흙에서 빨아먹을 수 없는 자양분(질소, 인, 칼륨 등)을 섭취하기 위해 벌레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영화 '루인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식인식물'은 현실세계에는 없다. 그러나 최근 발견된 에콰도르의 '방어적' 식물(위장 식물)과 잘 알려져 있는 '공격적' 식물(식충식물)을 보자면, 식물에는 넋이 없다고 여기는 인간의 통상적인 생각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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