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정신교육훈련소에서의 정신교육 장면. 내무반을 강의실로 사용하던 예전에는 120여명이 들어차다보니 땀냄새는 물론, 소리없이 배출되는 가스로 인해 난데없는 화생방 훈련을 하게 된다.
육군훈련소
땀냄새와 전염병 이외에도 실내에서 교육을 하다보면 최악의 극한상황(?)에 도달하게 되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야전부대에서 보다 갓 군에 입대한 신병들이 주축을 이루는 훈련소에서 더욱 심하다.
부대의 넓은 강당에서 교육을 받는 야전부대와는 달리 훈련소는 한 개의 내무반에 120여 명이나 되는 인원이 들어가다 보니 통로도 없을 만큼 빼곡이 들어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땀냄새는 물론 생리현상을 참지 못해 이기적으로 소리 없이 가스를 분출하는 병사들이 있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리 없는 가스가 독하다는 걸 알 것이다.
누군가가 소리없이 가스를 방출하면 한동안 교육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냄새를 빼느라 내무반이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요즘 인기 예능프로인 K본부의 '1박2일' 프로그램에서 이수근의 방귀를 자주 뀌고 냄새가 유독심해 '장트라불타'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훈련소 교관시절 '소리없이 강하다'고 해서 '레간쟈'라는 별명을 붙여 준 한 병사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신병들이 정신교육 교관 임무를 맡고 수십 강의실을 순회하며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별의별 병사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이 중에서 내가 직접 별명을 붙여 준 한 병사가 있다.
처음 교육을 할 때는 몰랐는데, 몇 번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범인(?)이 바로 그 병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첫 교육이 있던 날. 그 때도 요즘처럼 무더웠던 여름날이었다. 가뜩이나 막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노곤해지는 시간이라서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조는 병사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던 그 때 신병들의 잠을 확 깨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가 소리없는 가스를 배출했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심했던지 침까지 줄줄 흘리며 졸음에 빠져 있던 신병들이 하나 둘 인상을 쓰며 깨어나는 게 아닌가.
지시봉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내가 가지고 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총동원해도 깨어나지 않았던 신병들의 두 눈을 반짝 뜨게 할 정도의 위력적인 냄새였다. 화생방 가스도 이보다는 약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교육을 하고 있던 나까지도 밖으로 나가기에 이르렀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냄새가 빠지고 다시 강의장으로 들어와 사건의 주범(?)을 찾기에 이르렀다.
"누구야? 한방에 교육 분위기 깬 놈이?"굳이 범인이 손을 들지 않아도 누군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모든 신병들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이 먹었는데 왜 니 냄새만 그렇게 심하냐?""... ...""앞으로 방귀 뀌려면 애기하고 소리내고 껴. 알았어? 몰래 뀌니까 더 심하잖아?""예. 알겠습니다.""널 앞으로 '레간쟈'라고 부를 거야, 알았어?""????""소리없이 강하다. 알았냐?""큭큭큭큭"다른 신병들은 웃느라 정신없었고, 당사자인 그 신병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강의실 전체를 뒤집어 놓은 이 사건 이후로 난 이 부대에 강의를 갈 때면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레간쟈! 너 화장실 갔다 왔어?"하고 확인하고 나서 교육을 시작하기도 했다.
등줄기를 타고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과 땀냄새의 고통,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기는 부수적인 전염병, 또 기습적인 가스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냄새로부터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국가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지금도 내무반이 개인 침상으로 탈바꿈하는 등 장병들의 복지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땀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한 군 생활이 하루빨리 땀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냄새나는 글' 응모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