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모평마을 앞 연못 임곡정. 수련이 활짝 피었다.
이돈삼
꽤 많은 비가 내렸다. 밤새 내린 비가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논의 물고를 손보는 농부의 얼굴색도 환해졌다. 저수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손길에도 힘이 들어간다. 산과 들의 푸른 색채도 그 농도를 더하고 있다.
생명력은 수련을 키우는 연못 '임곡정'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정자를 둘러싸고 있는 꽃이 그새 다 피었다. 하얀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다. 분홍색의 그것도 보인다. 그 생김새가 참 해맑다. 화사하다. 고결한 기품 같은 것도 느껴진다. 연잎 위에 앉았다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개구리의 몸짓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연못을 감싸고 있는 숲에서도 생명력이 묻어난다. 군락을 이룬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의 이파리도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겨우내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기 위한 힘을 벌써부터 기르고 있는 것 같다. 나뭇가지를 그늘 삼은 의자도 묵은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