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북부지방법원이 동료 부대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경 이계덕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데 대해 이씨가 항소함은 물론, 항의하는 차원에서 '집행유예를 취소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같은 법원에 22일 제출했다.
이씨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육군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경찰청장과 면담을 제안하고 최근 경찰을 비판하는 노래 신노병가 등을 제작하는 등 경찰과 지난 1년 반 동안 법정다툼을 계속해 왔었다.
이씨는 지난 18일 재판결과에 대해 "1심 판결은 법리를 오인한 측면이 있어 수용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했다. 이씨는 계속해서, "집행유예 또한 법리오인의 결과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어 당장 불이익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추후 무죄를 받고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집행유예 취소를 신청한다"면서, 1심판결 재판부를 상대로 집행유예 취소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이에 앞서 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형배 판사는 지난 18일 선고이유에서 "성적수치심 유발 여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지만, 이씨가 전경에서 육군으로 전환해 달라며 경찰청장에게 면담을 신청하는 등 부대 안에서 마찰을 빚었던 시기에 사건이 접수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히며 검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 이유에 대해 이씨는 지난 18일 선고 직후 "피해자 중심주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것이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고 모두 폭력으로 인정하라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 유죄의 입증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죄의 증거인 당직근무일지를 비롯해 무죄의 정황근거를 배제한 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의 가능성이 있다며 모두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법리오인", "사법부가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으로 무고와 위증이 판을 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22일 항소장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재판을 받았다면 유죄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죄가 없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증거재판주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사법부가 있는 한 검찰도 이에 맞추어 증거가 없어도 '진술'에만 의존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반복할 것이고, 이를 악용한 '무고'와 '위증'도 현저하게 증가돼 결국 대한민국에서 법치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집유취소 신청은 이러한 판결에 대한 명백한 항의 표현"이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측 또한 재판부가 선고한 이씨의 형량이 낮다며 1심 판결 내용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씨와 검찰 측의 법정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예고한 것. 한편 이날 이씨가 '집행유예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민사 신청과와 작은 마찰이 일기도 했다. 통상적인 가처분 신청과는 거리가 먼 '집행유예 취소' 신청에 대해 법원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것.
가처분 신청은, 금전채권 이외의 특정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거나, 또는 쟁의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이다. 징역 6개월이라는 형량에 대해 그 집행을 1년간 유예를 선고한 재판장을 상대로, 이를 취소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상당히 이례적인 민사 청구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23 10:4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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