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실 효소와 황매실 효소, 어느 게 좋을까?

매실효소를 담그며 수확의 기쁨을 누리다

등록 2009.06.25 10:48수정 2009.06.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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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지났다. 따가운 태양이 한여름을 실감하게 한다. 산 아래 묵정밭엔 망초꽃이  피었다. '망할 놈의 풀'이라고 해서 망초라 부르는 건가? 쳐다보는 이 없어도 어느새 키가 훌쩍 자라 사람들의 관심을 끄려는지 하얀 꽃으로 허리를 흔든다. 한데 어울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그런 대로 보아줄만하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있는 것 같다. 부지런한 농부는 긴 하루해를 논과 밭에서 보낸다. 가을 추수 때가 가장 바쁘다지만 지금도 만만찮다.

작물은 장마에 부척 큰다. 어디 작물뿐이랴. 망초를 비롯한 온갖 잡풀들도 덩달아 자란다. 장마 전에 풀 자라는 것을 놔두면 작물과 잡초가 서로 키 재기를 한다.

우리 고추밭 고랑에도 풀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호미를 들었다. 흙 속에 풀씨가 반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호미를 들고 살아도 돌아서면 풀이니!

수확의 기쁨이 이런 것일까?

풀과 한판 씨름을 벌이고 있는데, 옆집아저씨가 우리 집 매실나무를 쳐다보며 날 부른다.


a  우리 집 매실나무에 매실이 닥지닥지 달렸다.

우리 집 매실나무에 매실이 닥지닥지 달렸다. ⓒ 전갑남


"풀만 매지 말고 매실을 따야지? 매실이 잘 여물었구먼!"
"전 덜 여물지 않았나 했는데요."
"하지 지나면 다 익은 거야. 술은 담던, 효소를 내리던 지금이 딱일 것 같은데!"
"그래요?"

아저씨가 매실 한 개를 따서 돌멩이로 깨뜨려본다. 매실이 깨지면서 여문 씨가 들어난다. 아저씬 단단한 씨를 내게 건네며 잘 익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졸지에 새 일감이 생겼다. 김매는 것은 나중 일이다. 호미를 내던졌다. 사다리를 나무 밑에 걸쳤다. 아내더러 매실효소나 담가달라고 해야겠다.

매실은 이른 봄, 하얀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해주었다. 매실꽃과 함께 살구꽃이 피었을 때, 온 집안이 꽃 세상이라고 아내는 즐거워했다. 그리고 어느새 가지가 늘어질 정도로 열매가 달렸다. 자라는 데 큰 보탬을 준 것도 없는데 얻는 게 많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 매실나무가 참 고맙다.

톡톡 손에 닿는 과실의 느낌이 참 좋다. 토실토실한 열매를 건들자 다닥다닥 달린 것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열매가 나뭇잎과 같은 색이라 딴 자리를 또 쳐다보게 된다.

a  진딧물 피해로 모양은 썩 좋지 않다. 그래도 무공해라 여기니까 소중하다.

진딧물 피해로 모양은 썩 좋지 않다. 그래도 무공해라 여기니까 소중하다. ⓒ 전갑남


"아저씨, 매실에 점박이가 많아요?"
"진딧물 때문이지! 미리 약을 쳤어야했는데, 용케도 많이 달렸는걸."
"이런 게 무공해라 하겠죠?"
"그럼! 다 따고선 약을 한 번 치라고? 그래야 내년을 기약하지!"

사다리에 올라 매실 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나뭇가지에 뾰족한 가시가 있어 조심스럽다. 고개가 아프다. 겨드랑이에 땀도 흥건하다. 그래도 즐겁다.

청매실, 황매실 어느 게 좋을까?

우리 집 매실나무는 5년생이다. 처음 네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는 다음해 이유 없이 죽고, 한 그루는 태풍에 쓰러졌다. 자라면서 병충해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두 그루가 무성하게 자랐다. 작년에 처음으로 조금 열리더니 올핸 대 수확으로 풍요로움을 준 것이다.

a  매실나무에 달린 과일이 탐스럽다.

매실나무에 달린 과일이 탐스럽다. ⓒ 전갑남


아내가 밭으로 나왔다. 우리가 매실 따는 것을 보더니 손사래를 친다.

"여보, 뭐 하러 매실을 지금 따?"
"이사람, 매실은 지금 따는 게 맞는 거야!"
"노르스름하게 익은 걸로 효소를 담가야 맛도 좋고, 영양도 좋다던데!"
"그럼 다 따지 말고 남겨 둬?"

아저씨는 잠자코 듣고만 있다가 한 마디 거든다.

"망종 지나면 다 익은 거나 마찬가지에요. 하지도 지났는데…. 하기야 장사할 것도 아니고, 바로 따서 담글 거니까 누렇게 익을 걸로 담그면 나을지도 모르지!"

아내 말로는 청매실은 장아찌용이란다. 덜 익은 걸로 효소를 내리면 맛이 씁쓰름하고 약간 시다는 것이다. 대신, 황매실로 담그면 향도 좋고, 맛도 좋을 거라고 한다. 아내는 나머진 한 열흘만 두고 따자고 우긴다. 고집이 센 건가, 맞는 이야기인가?

아저씨께 한 보따리를 안기고도 소쿠리로 가득이다. 아직 나무에 달린 것도 거둔 것만큼 남지 않았나 싶다. 아내는 누르스름하게 잘 익은 것으로 효소를 내려보자고 한다. 청매실효소가 맛있을까, 황매실효소가 맛있을까? 그야 나중 판가름이 나겠지!

매실효소를 담그는데도 요령이 있다

a  우리가 거둔 매실이다. 12kg이나 되었다.

우리가 거둔 매실이다. 12kg이나 되었다. ⓒ 전갑남


함지박에 쏟아 부은 매실이 수월찮다. 아내와 함께 매실을 깨끗이 씻는다. 함께 일을 하니 재미도 있고 힘도 덜 든다. 서너 차례 헹궈낸 매실이 땡글땡글하다. 평상에 넓게 펴 물기를 말린다. 따가운 햇살아래 알갱이들이 더욱 푸른빛이 난다.

"여보, 어디 다 담지? 그리고 황설탕으로 백설탕으로?"

아내가 참견이 많다며 장독대에서 항아리나 가져오란다. 항아리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렸다.

"이제 설탕 사러 갑시다. 효소를 내릴 땐 황설탕이 좋아요."

담글 항아리도 준비하고, 설탕도 사왔다. 매실에 물기가 말랐다. 아내가 매실 무게를 달아본다. 무게를 알아야 들어갈 설탕의 양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실과 같은 양의 설탕을 준비하였다.

a  잘 말린 매실로 효소를 담고 있는 아내

잘 말린 매실로 효소를 담고 있는 아내 ⓒ 전갑남


아내가 매실을 죄다 항아리에 넣는다. 그리고 매실이 담긴 항아리에 설탕을 쏟아 붓는다.

"여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네?"
"뭐가요? 매실을 설탕에 켜켜이 재우지 않는다고?"
"그래야 잘 숙성될 것 같은데…."
"고구마 가마니 속에 깨가 한 말 들어간다는 말도 몰라요?"

아내가 둘러대는 말이 우습다. 그러고 보니 매실 알맹이 속으로 작은 입자의 설탕이 스멀스멀 들어간다. 남은 설탕으로 도톰하게 위를 채워둔다. 마지막으로 랩을 씌워 끈으로 단단히 묶어두니 일이 끝난다.

a  항아리에 황설탕으로 매실효소를 담갔다. 100여일쯤 지나면 맛난 효소로 탄생할 것이다.

항아리에 황설탕으로 매실효소를 담갔다. 100여일쯤 지나면 맛난 효소로 탄생할 것이다. ⓒ 전갑남


아내가 석 달 열흘 동안 진득하게 기다려보잔다. 정말 맛난 효소가 탄생할까? 매실효소는 음료로도 음식 양념으로 귀하게 쓰일 거란다.

아내가 손을 털고 일어서며 한 마디 한다.

"당신, 나중 황매실 따서 담글 땐 내 손 안 거쳐도 되죠? 내가 한 것처럼 하면 되니까!"

별로 어렵지 않은 매실효소 담그는 것 가지고 아내는 공치사가 많다. 그래도 함께 열심히 일해 준 아내가 고맙다.
#매실 #매실효소 #청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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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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