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록 2009.06.26 09:06수정 2009.06.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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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요 테마는 소년의 순수한 이상과 물질적인 사회 간의 갈등으로,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몇 차례 퇴학을 당하는 방황하던 청소년이다. 홀든은 세상에 대한 불신감과 비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인 형의 존재가 그 원인 중 하나 이기도 했지만, 한없이 착하고 똑똑했던 동생의 죽음을 세상 탓으로 밖에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홀든은 퇴학이 예정된 학교에서 버티는 것이 괴로워 한밤에 학교를 나와 뉴욕으로 가기까지 방황하는 도중 사람들의 위선과 거짓된 사회를 보면서 상처입고, 고뇌한다.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았고 잃고 싶지도 않았던 청소년 홀든은 행동으로 자신은 아직 순수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어른의 흉내를 내면서 차츰 이에 물들어 가버린 모습은 그의 고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 애들이 수천 명이 있을 뿐 어른이라곤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중략)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책 표지
책 표지김창운
짧은 시간에 여자들의 허영심, 호텔직원의 사기, 여러 사람들의 가식 등을 보고 겪으며 순수한 이상에 상처 입은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했다. 그가 가장 아끼던 사람인 여동생 피비를 포함한 아이들의 순수성을 더럽고 위선적인 사회로부터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고3시절 처음 읽은 이 책은 당시 시끄러웠던 사회 분위기와 수험생이라는 압박에 심적으로 힘들던 나를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빠져있었는데.

위선적인 사회를 거부하던 외롭고 우울했던 홀든의 심리는 나까지 우울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직설적이고 오버스러운 표현을 무기로한 독설 같은 비판이 날 즐겁게 했다. 이러한 주인공의 솔직함과 우울한 분위기는 사람을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아웃 사이더적인 매력이 있다. 그만큼 반사회적인 면을 자극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JFK 암살범인 오스왈드와 비틀즈의 존 레논 암살범인 마크 채프먼이 이 책을 즐겨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다. 다시 읽어도 맨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적인 느낌은 받지 못하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더 있을까 생각하면서 보게 된다. 개개인의 해석과 초점이 다양한 것도 특징인데, 성장소설의 측면에서 홀든의 성장통을 중심으로도, 사회비판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측면을 자극하는 것을 중심으로도 독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민음사, 2001


#호밑밭의 파수꾼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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