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하남 미사지구 보금자리주택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서민은 죽는다' 등의 펼침막을 들고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선대식
하남에서는 망월동·풍산동·선동·덕풍동 일대 546만5천㎡가 지난 5월 '미사지구'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우면·세곡지구, 고양시 원흥지구 등과 함께 국토해양부로부터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이곳은 그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이곳에 장기임대주택·공공임대·공공분양 등 서민을 위한 다양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도심 인근 개발제한구역 등을 활용해 보금자리주택 150만 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미사지구에는 보금자리주택 3만 호를 비롯해 모두 4만 호의 주택이 건설돼, 10만 명의 주민이 살게 된다. 서민을 위한 주택을 건설한다는 데 큰 이견은 없지만, 진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우선 '속도전'이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서울 근교 그린벨트에는 비닐하우스만 가득 차 있다"고 말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보금자리주택 계획이 발표됐다. 또한, 정부는 사업승인까지 약 3~4년이 걸리는 국민임대주택사업과 달리 18개월 내에 보금자리주택 사업 승인을 내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박덕진 미사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사전에 주민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발표했다"며 "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국민과의 소통 없이 밀어붙이기식 사업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조상 대대로 400~500년간 살아왔다, 개발을 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미 보상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상에 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 수용해서 빨리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 몇 사람 죽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상 문제도 난관이다.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보다 15% 정도 저렴하게 내놓기 때문에 보상금도 다른 지역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40여 년 가까이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탓에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에 크게 못 미치고 주변 땅값은 크게 올라,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망월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래가 200만 원인 도로 인근 전답의 경우, 공시지가가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2배로 보상해줘도 양도세를 내고 내면 사실상 쫓겨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은 "땅값 낮은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 짓는 것은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싼값에 땅을 뺏겠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용산 참사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