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제공한 '전년 대비 물가인상률'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공한 '최저임금 상승률'.
김동환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의 2.75% 인상안에 분노했다. 분노한 이유는 "물가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실질적인 삭감"이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2010년 최저임금 책정에 고려해야 하는 지난 2008년 물가상승률은 4.7%.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1.95%포인트 높다. '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 한도의 임금'이라는 본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30일 발표한 논평에서 "최저임금 4110원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민주노총은 2010년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액이 경제위기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적인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란 점에서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4.7%보다 훨씬 크다. 현실과 수치의 이러한 괴리는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가정에서 자주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를 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 2월 2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식료품의 전년 동월과 비교해 곡물과 육류는 각각 10.3%, 14.1% 올랐고 낙농품은 23.9%, 유지류는 24.1% 상승했다. 그밖에도 김밥은 21.6%, 라면(12.7%)과 삼겹살(11.6%)도 전년 동월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7월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OECD국가 중 2위. 여전히 압도적이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1.0% 상승했다.
최저임금 4110원, 한 시간 일해 밥 한 끼 해결 안돼굳이 직접 최저임금을 받지 않더라도 비슷한 생활필수품을 쓰는 같은 사회에 살고 있으니 시급 4110원으로 생활을 어떻게 꾸릴 수 있을지는 대충 '견적'이 나오기 마련. 대학 휴학생인 이고임(26)씨는 이번 인상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 같다"며 입을 열었다.
"요즘 서울이건 경기건 그 어디에서도 4천 원으로 한 끼 식사 해결 안 되죠. 요즘 삼계탕은 한 그릇에 만 원이고 갈비탕은 8천 원이에요. 그렇게는 못 먹더라도 서민 위한 나라라면 한 시간 일해서 최소한 한 끼는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회사원 정경식(32, 가명)씨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정씨는 "물가도 높아졌는데 이건 아닌것 같다"며 "결국 노동자 임금 낮춰서 위기 극복하자는 건데 당장 나도 임금 깎이고서 소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이자가 한 달에 2만 원쯤 나온다"는 대학생 김익근(25, 가명)씨는 "최저임금 4110원이면 대출 이자 값는 데만 매달 편의점 아르바이트 5시간 해야 하는 셈"이라며 "밥먹고 차비 대려면 휴학말고는 답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최초 5.8%를 삭감한 3770원을 제시했던 경영계측의 논리 중 하나는 "최근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 그렇다면 '가파르게 오른'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