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동아> 전 회장이 98년 9월 방북 중 북한에 선물한 1937년도 <동아> 호외. 호외는 김일성 전 주석의 보천보전투를 다루고 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적어도 그런 평가가 의미가 있으려면 친북이나 좌파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 기사를 금판으로 떠서 갖다 바친 <동아일보>는 남의 친북을 말하기 전에 자신의 이런 '친북'적이고 '찬양고무적'인 과거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한나라당은 자신이 집권했던 지난 김영삼 시절 전쟁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일성과도 정상회담을 하려고 했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퍼주기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얼마만큼 지원하면 퍼주기의 멍에를 벗을 수 있을까? 노무현 집권 3년이 지났을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까지 김대중-노무현 8년 동안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모든 금품의 총액은 민간 정부 다 합해서 4조 원가량이다. 연평균 5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통일부의 자료에 의하면 노무현 5년간 연평균 2843억 원이 북한에 지원되었다.
이는 OECD에서 권고한, 못 사는 나라 원조 액수(연간 GDP의 0.5%, 한국의 경우 대략 3~4조원)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여기에는 예컨대 개성공단이 들어섬으로써, 전쟁 발발시 남한에 가장 위협적인 북한의 장사정포가 후방으로 수 km이상 밀려난 경제 및 안보효과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은 김대중-노무현 시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퍼주기를 포함하고 있다.
퍼주기 문제는 북핵문제와 연결되기도 했다. 노무현이 퍼준 돈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는 논리다. 그래서 북한이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면 햇볕정책으로 퍼주기를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대북압박으로 핵을 포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 또한 이명박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북한이 최근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게 됨으로써 허구임이 명백해졌다.
북핵문제는 다시 국가안보의 문제로 이어진다. 보수 세력은 노무현을 친북좌파로 규정하면서 그 때문에 국가안보를 소홀히 한다고 공격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노무현 시절에 남한의 국방력이 크게 증대했다는 사실은 어지간한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이지스함이나 F-15K, 순항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상당수 도입하면서 해공군력을 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늘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방력 강화는 역설적이게도 '빨갱이 원조'라는 김대중 시절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은 자신의 햇볕정책이 안보 공백을 몰고 올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라도 뒤로는 말없이 국방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군 중심의 재래전만 생각하다가 최첨단의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동북아 전체를 고려한 전략적 고민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런데 국가안보를 강조하던 보수 세력과 이명박은 오히려 집권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성남비행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현 말기 어렵사리 성사시킨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도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무작정 연기되었다. 새로이 수정된 국방개혁 2020에서는 해군의 기동함대 숫자가 2개로 줄었고 각종 해공군 관련 전략 사업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상황이다. 오죽하면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동아일보 자매지(주간동아 2009년 7월7일자)에서 안보에 관한 철학이 없다고 대놓고 비판했을까.
누가 더 퍼줬을까... 누가 더 싸가지 없는 막말을 썼을까구체적인 정책보다도 노무현의 '싸가지 없는 막말' 때문에 노무현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무현이 막말을 많이 했다고 객관적으로 주장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막말의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 둘째 그 기준에 따라 역대 대통령이 막말을 쏟아 낸 회수를 조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이런 식의 과학적인 분석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노무현이 했다는 막말들---"머리를 조아리고" "깽판 쳐도" "조지고" 등등---이 이명박 대통령의 막말---"하나님께 봉헌" "마사지를 받을 때" "안창호 씨" 등등---보다 크게 심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적어도 노무현은 이명박처럼 나이 드신 시장상인들 모아 놓고서 하대하며 반말을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