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의회, 시민들 물 주권 팔아 먹었다"

광주시 상수도 위탁 동의안 강행처리... 비판여론 고조, 후유증 예고

등록 2009.07.06 10:26수정 2009.07.06 11:28
0
원고료로 응원
 광주시의회가 지난 2일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시 상수도 위탁운영 동의안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면서 시민단체들과 야당의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본회의에서 동의안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립표결 모습.
광주시의회가 지난 2일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시 상수도 위탁운영 동의안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면서 시민단체들과 야당의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본회의에서 동의안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립표결 모습. 시티뉴스 제공

경기도 광주시의회가 지난 2일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광주시 상수도 위탁운영 동의안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면서 시민단체들과 야당의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재석의원 8명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제184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광주시가 상수도사업을 한국수자원공사에 맡겨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상수도 위탁 운영계획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명(한나라당), 반대 2명(민주당)으로 의결했다.

광주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 동의안 강행 처리

이에 따라 광주시는 앞으로 20년 동안 상수도의 생산·공급·관리 업무를 수자원공사에 맡겨 운영하게 됐다. 이를 위해 양측은 실시협약 체결과 인수인계절차 등을 밟은 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위탁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에 대한 t당 위탁운영 단가는 당초 533원에서 23원이 내린 510원으로 조정됐다. 따라서 수자원공사는 268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노후관 교체와 시설개선을 추진하고 요금 고지와 징수, 체납대행 업무 등을 맡게 된다.

광주시는 "20년간 수자원공사가 상수도사업을 위탁 운영하게 될 경우 246억 원의 예산 절감효과와 현재 83.2% 수준인 유수율(생산 공급된 수돗물 중 요금을 받는 물 양의 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질검사 항목이 현재 55개에서 250개로 늘어나고,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일부 농촌 마을의 지하수를 이용하는 간이상수도의 위생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등 시민들에게 깨끗한 상수도 공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동의안 처리에 대해 광주여성회 등 10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으로 구성된 '광주시 상수도 민영화 반대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민들의 물 주권을 수자원공사에 팔아먹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시민대책위는 앞으로 광주시의 상수도 위탁운영과 동의안 처리과정의 문제점 등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내는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상수도 위탁운영에 찬성한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민대책위, "시민들 물 주권 팔아먹었다" 반발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상수도 위탁운영은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진행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조억동 시장과 시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에 눈이 멀어 시민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동의안을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12월 첫 동의안 부결 당시 한나라당 의원 2명은 상수도 위탁운영에 반대해 왔으나 지역구 출신 한나라당 정진섭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자신들의 소신을 접고 당론에 따랐다"며 정 의원의 개입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광주시가 좋은 조건으로 수자원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의회가 특위까지 구성해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시민대책위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광주시의 상수도 보급률과 유수율, 재정자립도는 모두 전국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또 누수율도 8.2%로 전국 평균 14.2%보다 크게 낮은 상태다. 사진은 상수도를 위탁운영 중인 충남 논산시-경남 사천시와 광주시의 상수도 보급율, 유수율, 재정자립도 등을 비교해 놓은 광주시의회 상수도대책특위 보고서 내용.
광주시의 상수도 보급률과 유수율, 재정자립도는 모두 전국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또 누수율도 8.2%로 전국 평균 14.2%보다 크게 낮은 상태다. 사진은 상수도를 위탁운영 중인 충남 논산시-경남 사천시와 광주시의 상수도 보급율, 유수율, 재정자립도 등을 비교해 놓은 광주시의회 상수도대책특위 보고서 내용. 김한영

그렇다면 시민대책위와 민주당 등 야당 쪽이 광주시의 상수도사업 위탁운영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광주시의 상수도 위탁운영은 사회 공공재인 수돗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해 민영화하려는 정부의 속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익성보다 기업이윤을 앞세워 운영되는 수자원공사에 상수도사업을 맡기는 것은 민영화의 사전단계이며, 결국 수돗물 값 폭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광주시는 "요금 결정권은 시가 갖고 있기 때문에 물 값 인상 우려는 없다"고 말한다.

"수돗물 값 폭등 우려... 협약안, 민간업체 재위탁 가능"

그러나 시민대책위 쪽의 생각은 다르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광주시의 상수도 위탁운영은 수자원공사의 물 생산원가를 수도요금에 반영시켜 재정 부담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수돗물 값은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광주시 상수도 위탁 동의안에 반대한 민주당 소속 김찬구 시의원도 "수도요금은 위탁단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수자원공사의 위탁단가가 인상 될수록 광주시는 수도요금을 올려야 할 압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광주시와 수자원공사의 실시협약안에는 위탁운영단가 인상과 민간 기업에 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돼 있는 등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협약내용을 보면 총괄 원가의 변동과 물량차이 발생, 물가변동 때 위탁단가를 조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수자원공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위탁단가 인상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천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수자원공사 측이 운영관리업무와 시설개선을 전문기관 또는 민간 전문 업체에게 재위탁 또는 재위임을 해줄 수 있도록 해놓았다"면서 "이는 상수도 위탁운영이 바로 민영화로 가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광주시는 20년 위탁이 끝나면 관망 등의 수명이 다하게 돼 수자원공사가 계약초기에 투자한 금액 이상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재정여건상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초기투자가 가능한 수자원공사나 민간 기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에서 이런 문제들을 지적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동의안을 통과시켰다"면서 "특히 두 차례나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부결했던 동의안을 가결한 것은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자,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광주시의회는 지난해 12월 광주시가 처음 제출한 상수도 위탁 동의안을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부결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상수도위탁대책특별위원회가 60일간의 활동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광주시의 자체 운영을 주문하는 등 위탁에 반대했다.

일부 자치단체 "광주시 상황 위탁운영 불필요" 만류

특위 위원들은 지난 2~3월 활동기간동안 다른 자치단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재 상수도 위탁운영을 하고 있거나 추진했던 충남 논산, 경남 사천, 전북 남원, 인천, 경기 파주 등 6개 자치단체를 찾아가 관련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해당 지역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이 "광주시처럼 취수원과 가깝고 원수가 충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춰 상수도 보급률 86.8%, 유수율 83.2%, 재정자립도 60%란 양호한 상황에서는 위탁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만류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 상수도 보급률과 유수율, 재정자립도는 모두 전국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또 누수율도 8.2%로 전국 평균 14.2%보다 크게 낮은 상태다.

특위는 이를 보고서에 반영했다. 그리고 종합검토 의견을 통해 "위탁 운영할 목적이 노후관 교체 등 유수율 제고와 경영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면 일반회계 지원 또는 물이용부담금 등의 재원으로 이들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2일 광주시 상수도 위탁 동의안을 처리한데 대해 ‘광주시 상수도 민영화 반대 시민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민들의 물 주권을 수자원공사에 팔아먹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2일 광주시 상수도 위탁 동의안을 처리한데 대해 ‘광주시 상수도 민영화 반대 시민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민들의 물 주권을 수자원공사에 팔아먹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한영

특위는 또 상수도 위탁운영 계획 동의안은 자체 취수시설이 설치된 상황에서 원수 값 287억원을 포함하는 등 위탁대가 산정이 부적정하고, 20년 장기 계약에 따른 미래 예측이 불가능해 계약상 손익이 불투명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이 교체될 경우 책임을 묻기 어려운데다, 홍보부족으로 인한 시민공감대 형성이 미흡하고 위탁대가 변동 조정으로 인한 수도요금 폭등 우려, 수자원공사의 유지보수 및 운영관리를 민간 기업에 재위탁토록 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는 시민대책위와 민주당 김찬구 시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광주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과 2개월 전 특위활동을 통해 자신들이 지적한 문제들을 뒤엎고 6명 전원이 동의안에 찬성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김영훈 의원은 "이번 동의안에는 원수 값을 제외하고, 위탁단가 인하와 간이 상수도 관리, 상수도사업소 직원 20여 명에 대한 고용승계와 정년보장 등 여러 문제점이 보완됐다"면서 "광주시의 이익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 "문제점 보완됐다" vs 민주당 의원 "위험요소 여전"  

하지만 민주당 김찬구 의원은 "일부 내용이 조정됐지만 본질적인 문제와 위험요소는 여전한 상태"라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에서 상수도 위탁관리를 맡으면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물 관리가 이뤄져 깨끗한 수돗물 공급은 물론 생산원가도 절감될 수 있다"면서 "시의회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보완한 뒤 실시협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7월 현재 충남 논산, 경남 사천, 전북 정읍, 전남 나주시 등 15개 시·군이 수자원공사에 상수도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는 동두천시(2007년)와 양주시(2008년)에 이어 파주시가 7월부터 위탁에 들어갔다.

상수도사업을 위탁운영 중인 지자체들은 대부분 갈수기 상수원 오염과 원수 고갈이 우려되고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한 시설개선의 한계, 낮은 유수율과 높은 원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위탁운영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읍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원가 문제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인천광역시와 전북 남원시는 상수도 위탁 운영을 추진하다 수도요금 폭등 우려와 시민들의 반대로 자진 철회한 상태다.

경기 의왕시와 포천시도 지난해 위탁운영을 검토하다 접었다. 포천시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위탁 운영을 신중히 검토했으나 수익 부분에 대한 보장이 없는데다, 주민들 정서도 부정적이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 #상수도 위탁 #동의안 #강행처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원을 비롯해 경기지역 뉴스를 취재합니다. 제보 환영.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