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재산출연 '환영'은 하지만...

등록 2009.07.07 14:05수정 2009.07.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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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대 대선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2007년 12월7일 재산 기부를 약속했었다. 검찰이 'BBK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 약속을 6일 재단법인 청계를 통해 331억4200만원 재산을 기부한다고 했다.

 

'청계재단'은 연간 10억원가량을 청소년 장학·복지 사업에 쓸 계획으로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도움을 받을 것이다. 도움 받은 이들이 성장하여 또 다른 기부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은 사회로 진보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환영이다.

 

현직 대통령이 331억여 원을 기부한 것을 두고도 딴지를 건다고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기부 방법과 청계재단 이사진을 보면서 염려되는 점이 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재산을 제3의 재단에 기부한 것이 아니라 재단을 새로 설립했다. 청계 재단이 목적하는 청소년 장학·복지 사업을 하는 재단이나 단체가 많다. 이들 재단과 단체에 아예 기부하는 것이 재산 기부를 살리는 더 좋은 방법이다.

 

또 청계재단 이사진은 이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송정호 이사장은 이 대통령 고려대 61학번 동기이며, 대선 때 이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류우익 서울대 교수, 초대 교육부 장관 김도윤 울산대 총장, 초대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을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등이 들어가 있다.

 

특히 이 대통령 큰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도 포함되었고, 이 대통령 고향 동무인 김창대 대표(세일이엔씨 대표)가 감사인 것은 재단 운영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가족과 친구, 측근이 재단 임원진을 구성함으로써 재산출연 취지를 더 살리지 못하게 되었다.

 

재단에 동무와 측근, 가족이 포함되었다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문하겠지만 장학과 복지 사업 운영을 가족과 측근이 마음대로 운영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 거액을 기부한 외국 사례를 보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런 버핏은 2006년 자기 재산의 80% 정도인 374억달러을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이 아니라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런 버핏이 자기 재단이 아니라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은 목적도 중요하지만 돈을 운영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판단 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설립된 재단과 단체에 기부가 아니라 재단을 새로 설립하면 운영비가 또 들어가야 한다. 운영비가 새로 들어가지 않으면 한 명이라도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동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유례가 없는 일로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했는데 참으로 낯뜨거운 말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라는 예수님 말씀과도 배치되는 것이고, 재산 기부를 한 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재산 기부 했다고 인정해달라고 하는 순간 재산 기부 취지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 재산 기부는 환영이다. 재단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09.07.07 14:05ⓒ 2009 OhmyNews
#이명박 #재산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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