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1박2일> 유호진 PD
선희연
-1박2일 '신입PD 몰래카메라'편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졌어요. 실제 주위에서 얼마나 알아보던가요.
"깜짝 놀랐어요, 엄청 많이 알아보세요. 요즘은 그나마 덜하지만 올해 2월까지는 정말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유명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지는 않나요.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조금은 불편했죠. 지하철이나 택시에서 자고 싶어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말을 거니 그럴 수도 없고. 연애하기도 불편하고.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쉽게 해 볼 수 없는 경험이기에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고. 예능PD는 늘 연예인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데, 그 일을 겪고 나서 어느 정도 연예인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신입PD 몰래카메라' 편이 너무 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몰래카메라 당하고 나니 어떤 느낌이었어요?"'아! 속았다'하는 생각이죠. 기분 나쁘거나 억울하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나영석 PD도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스태프들에게까지 완전히 속았구나' 하는 허탈함을 느꼈죠."
-PD가 되기 전에 아카펠라 멤버, 잡지사 기자, 소설 작가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고 들었어요. "네, 돈 벌어야 할 시기에 딴 짓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마리끌레르>에서 기자로 3년 넘게 일 했고요, 거기를 나와서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어요. 아카펠라 활동도 했고. 아카펠라는 앨범을 낸다든지 한 게 아니라 그냥 취미삼아 공연만 한 거예요."
-그렇다면 소설책은?"아, 소설책은 사연이 좀 긴데… 2007년도인데요, 제가 아나운서로 방송 3사에 지원했어요. 군대에서 아나운서를 했었거든요. 시험을 쉽게 생각해서 별다른 준비도 안했어요. 그런데 막상 KBS, MBC, SBS 다 떨어지고 나니까 울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뭔가 위안거리를 찾다가 인터넷에 글을 끄적였던 거죠. 댓글도 많이 달리고 하다보니 책으로 나왔어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어서 그걸 쓴 건데…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냥 이야기예요."
-PD는 어떻게 지원하신건가요?"사실 저는 잡지사 기자가 더 적성에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어머니한테 말씀드리기에는 방송사 PD가 더 나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원을 한 거죠."
-그렇게 결심한 뒤 엄청 빨리 입사하셨네요. 단번에. 본인의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세요?"한국어 점수가 꽤 높았어요. 그것 말고 굳이 생각해본다면 제가 다른 지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미로운 인간'으로 보여서 뽑아주신 것 아닐까 생각해요. 저에겐 독특한 저만의 이야기가 있거든요. 지금까지 한 활동도 그렇고, 취미나 특기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면접 때 말씀드렸어요. 아무래도 예능PD를 뽑는데 학교 다닐 때 성적 좋고, 영어 점수 높은 사람들을 고르지는 않겠죠. 얼마나 재미있는 경험을 했는지, 독특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1박2일>에서는 "음악 프로가 하고 싶다"는 얘길 한 적도 있죠."네, 꾸민 게 아니라 정말이에요. 처음에 PD 지원할 때도 '음악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예능 PD를 지원한다'고 했거든요. 음악프로가 아니면 안 하겠다고까지 했었는데 <1박2일>에 배정해 주더라고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음악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겠군요."그럼요,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의 음악프로그램들은 너무 무겁거나, 아니면 너무 가벼운 것 같아요. <윤도현의 러브레터> 같은 프로그램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는 하지만 가수와 MC가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는 어려울 만큼 무대 구성이나 분위기가 엄숙하죠. 아니면 순위프로그램처럼 단순히 노래만 나열하던가. 음악성이 있으면서도 비주얼이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우스꽝스러웠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을 만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제가 공부를 좀 더 해야겠죠."
-<1박2일>에서 '막내 PD'의 일주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우리 팀은 보통 2주 단위로 일해요. 고정 촬영은 격주 금, 토요일이고요. 촬영이 없는 주에 회의를 거쳐 컨셉트 잡고, 어디에서 촬영할지 답사가고. <1박2일>은 대본이 없으니 계획표 비슷한 것을 짜 놓고 촬영하는 순서로 진행되죠. 그러나 저 같은 막내가 하는 일이라곤 '편집과 행정'이 대부분이에요. 다른 일에 비해선 쉬운 편이죠.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내놓는 건 정말 힘들거든요. 이미 우리 팀에는 나영석 PD나 이우정 작가 같이 천재적인 감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으니 저 정도까지는 못하겠다 싶은 부분도 있죠."
-<1박2일>은 계획표만으로 진행된다고 했는데 대본은 전혀 없나요? "대본이야 있죠. 그런데 적혀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대본이라고 할 수 없어요. 일종의 계획표 수준인데,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라도 아무것도 없이 촬영장 갔다가 방송 펑크 낼 수는 없잖아요. '최악의 경우 이렇게 찍자' 정도로 정해놓는 거예요. '무슨 게임을 하자' 정도만. 하지만 연기자들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생각해내면 즉석에서 그 게임으로 바꿔요. 계획표대로만 가는 날이 거의 없죠."
-<패밀리가 떴다>는 대본이 있다는 것이 공개돼서 논란이 됐죠.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출연진의 실제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수십 대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라면 좀 힘들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대본'은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건 어느 선까지 연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인위적인 연출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가 하는 거고, 시청자가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면 시청률에 반영되거나 여론의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거죠. 저희가 시청자에게 어떤 판단을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저 각자의 스타일대로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겠죠. 저희는 저희 스타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만드는 거고, 개입이나 연출이 필요하다 여기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될 거고. 리얼 버라이어티나 혹은 다른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 모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다 장단점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