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사흘째 마비시킨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배후를 두고 논란이 많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지난 8일 청와대와 국회·국방부·한나라당·금융권·조선일보 따위 국내 주요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 배후로 "북한이나 종북(從北)세력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혀 안보논란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북한이 디도스 공격 배후로 밝혀진 증거는 없다. 북한을 배후로 추정했던 국정원마저 이틀만에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개입한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마이뉴스>는 정보위에 참석한 민주당 박영선 간사 말을 빌어 "국정원은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IP를 추적한 결과, 미국과 일본, 과테말라, 중국 등 16개국의 86개 IP를 통해 사이버테러가 감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또 "16개국 가운데 북한은 없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증거가 없다고 북한이 배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이 증거도 없이 북한을 배후로 추정한 것은 성급했다. 디도스 공격에 국정원만큼 성급한 판단을 하는 언론도 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10일 'AP·폭스뉴스 "미(美) 독립기념일(7월 4일) 맞춰 공격… 북한이 배후 조종"' 기사에서 "사이버 테러세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보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북한의 해커부대 혹은 북한과 연계된 세력이 미국에 이어 한국의 주요 사이트까지 4차례에 걸쳐 연쇄 사이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미국 <폭스뉴스>가 미국 국방부 관리 말을 인용하여 보도한 것을 다시 인용하여 "미국과 한국 주요 기관의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벌인 배후를 북한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폭스뉴스>와 <조선일보> 누구 하나 북한이 배후라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조선닷컴>은 "국내 정보기관도 북한이 이번 사이버 테러를 주도했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면서 정보 당국자 말을 빌려 "기술적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황 증거는 100%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기술적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는 100%에 가깝다고 하는 정보 당국자나, 그것을 인용하여 보도하는 <조선닷컴>이나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보 당국자가 제시한 정황 증거란 지난 3일 노동신문이 "남조선 호전광들의 책동이 사이버 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김일성 주석의 15주기(8일)를 전후해 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관 사이트만 노린 사실도 북한 배후설의 근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신문 보도 내용이나, 김일성 주석 15주기에 디도스 공격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번 공격 배후가 북한인 것은 아니다. 정보 기관 내부에서는 정황 증거로 디도스 공격 배후가 북한이라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북한은 그 동안 사이버전에 대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황 증거만 가지고 특정 세력을 배후라고 지목하고, 밝히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배후라고 할 때 더 그렇다. 북한이 배후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까지 국정원과 언론은 신중해야 한다.
사실 배후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일등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인터넷이 가장 기초적인 공격에 허망하게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보안에는 빵점인 우리 사회의 허술한 안전불감증이 인터넷에서도 드러났다. 이를 점검하고 대비하는 일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2009.07.10 21:18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공유하기
사이버 공격 배후, 북한으로 몰고 가고 싶지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