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찾은 나크쉐로스탐. 높은 절벽에 만들어진 4 개의 무덤. 페르시아 제국 아케메네스조와 후대 사산조 페르시아의 위대한 왕들의 묘라고 한다.
김은주
고레스가 한낱 정복자로서 평가받지 않고 자국 뿐 아니라 이방 민족에게서도 이상적인 군주로 대접받는 이유를 알렉산더 대왕과의 일화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알렉산더의 침공을 받고 무덤이 소멸 위기에 놓였는데 그때 무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고레스가 죽기 전 남긴 비문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 고레스는 한때 세계를 지배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땅이 다른 왕에 의해서 점령될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점령자여, 그대도 언젠가는 누구에겐가 점령을 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 묘를 건드리지 말아 주시오."그래서 알렉산더는 무덤을 파헤치러 왔다가 오히려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고레스의 묘에 덮어주었다고 합니다.
역시 왕의 그릇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릇의 크기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력의 무상함을 일찌감치 깨달은 고레스도 훌륭하고, 그 말을 넒은 가슴으로 받아들일 줄 안 알렉산더도 참 훌륭합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권력의 무상함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권력을 가진 자가 이 사실을 안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영원한 걸로 착각해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게 권력자의 일반적인 속성입니다. 그런 이유로 고레스를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권력의 무상함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마약보다 끊기 어렵다는 권력욕에서 벗어난 사람이었으니 분명 범상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무상함을 아는 사람은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고 그래서 오히려 권력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상적인 군주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여행은 좋았습니다. 페르시아제국의 초대 왕이 그냥 땅덩어리 넓히는 데만 정신이 팔린 그런 사람이 아닌 이방인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할 줄 알고, 인류 최초의 인권선언문을 발표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뛰어난 지도자고, 또한 권력의 무상함을 일찍 깨달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이유로 행복한 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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