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하라 <공간부동산> 대표
곽형덕
-일본 부동산업자들이 백인과 아시아계를 차별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시아계 중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경우는 좀 덜하지만 동남아시아인들은 집 빌리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도 일본은 백인에게는 매우 저자세를 취한다. 백인들에게는 좋은 조건으로 방을 찾아준다. 한국인과 대만인도 집을 빌리기 쉬운 편이다. 그러나 중국인이나 필리핀인, 이슬람 계통의 사람들은 쉽지 않다. 가끔은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외국인들도 받아들이지 않는 집주인들이 있다.
일본 부동산 업계에서는 외국인을 좋은 먹잇감으로 본다. 내국인에게 보여주는 정보와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정보가 각각 프린트 돼 있는 부동산도 있다. 일본인에게는 시키킹 1, 레이킹 0인 방이 외국인에게는 시키킹2, 레이킹 1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부 부동산중개인은 외국인에게 집을 빌려줄 때 도보로 집을 안내하지 않는다. 차에 태워서 집을 보여주는데 역에서 걸리는 시간이나 주변경관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따로 와보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나는 집을 보여줄 때 일부러 걸어갈 것을 권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본인도 외국인과 거의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인종차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음식문화와 관련이 깊다. 중국인은 기름을 많이 써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퇴거 시 트러블이 많이 발생한다. 이슬람권은 음식문화 자체가 다르다 보니 냄새가 집에 배어서 그걸 없애는 데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유학생들 중 일부가 고국으로 돌아갈 때 집세를 내지 않고 야반도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도 3달치 집세를 내지 않고 도망한 유학생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차별당하는 것은 부당하다."
- 그렇다면 어떤 점에 가장 주의해야 하나. "외국인에게는 팔다 남은 것을 집을 잘 포장해서 강매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허위정보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를 미끼로 부동산에 오게 한 다음, 그 집은 이미 결정됐다면서 다른 집들을 보여준 후 계약을 독촉한다. 그런데 나중에 심사단계에서 집주인에게 외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말하기 때문에 계약이 완료될 확률은 매우 낮다. 집을 직접 보기 전에 부동산 중개인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일본 부동산에서는 보통 설명서를 일본어로만 작성하는데 가급적 한국어나 중국어로 된 안내문을 준비하고 있는 곳을 찾는 게 좋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의 일본 부동산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경기침체로 이제는 중개인들이 먼저 외국인들에게 '러브콜' - 일본에서 부동산업은 어떤 사업으로 인식 되고 있나."일본에는 부동산업자가 너무 많다. 부동산업을 하려면 국가시험인 '택지건물 거래승인시험'에 통과해야 하는데 이 시험은 합격률이 5%정도인 데다가 연 1회밖에 시험을 보지 않는다. 이 시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직원 중 1명은 있어야 하며, 자금도 800~1천만 엔 정도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 자격증을 갖춘 사람이 고객과 직접 상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임시직들이 고객을 상대한다. 반면, 자격증을 임대하는 폐해가 많다.
임시직을 많이 쓰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이직률이 매우 높다.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이렇게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불안한 요소다. 그래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부동산으로 형사들이 찾아가서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업자가 이직을 했는지 실종되지는 않았는지부터 조사한다. 그리고 계약건수로 인센티브를 매기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에게 속여서라도 방을 빨리 계약시켜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