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엄마 달인>
북하우스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달인'이 많이 나온다. 이 프로들을 보면 무 썰기의 달인, 포장 빨리하기의 달인, 신문 배달의 달인 등 놀라운 재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베테랑이 된 사람들이 많다.
책 <엄마 달인>은 엄마 노릇에 있어 달인이 된 사람들 이야기다. 이렇게 얘기하면 무척 거창하게 들리지만,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그냥 평범한 '엄마'다. 엄마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육아 방법을 터득하고 그 비법으로 아이를 키웠다는 점에서 '달인'이라는 걸 빼면 말이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서 '엄마 달인'이 되었을까? 그 비법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책을 지은 정재은씨는 서른일곱에 어렵게 아이를 낳고 <신애라의 육아 일기> <생방송 60분 부모> <다큐프라임-엄마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만든 방송 작가다. 저자는 스스로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 일인가를 체험하고 육아의 힘겨움에 허덕이는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
'엄마, 당신은 어떤 강점을 갖고 있나요?'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함께 이야기한다. 때로는 불같이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엄마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지만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일반적인 엄마들의 모습이다.
저자는 이런 엄마들에게 조언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그 부분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라고. 그러다 보면 엄마는 저절로 육아의 달인이 되며 아이는 엄마와 교감하며 발전적인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이다. 엄마가 이야기를 잘하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요리를 잘하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아이와 소통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인데 엄마들은 그저 '모범 엄마'가 되기만을 바란다. 아이에게 영어도 잘 가르치고 예절 교육도 시켜야 하고 음식도 잘해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면 아이도 엄마도 자유로워진다. 책에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아이를 잘 키워낸 엄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맨 처음 소개된 최순주씨는 미술 놀이의 달인이다. 글자, 숫자 교육보다 미술 놀이를 먼저 하라고 권하는 호준 엄마, 순주씨는 아이에게 특별히 남다른 교육을 한 게 없다. 태어날 때부터 병이 있어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두 아들을 위해 실컷 미술과 놀게 한 것이 그녀의 교육 방법이라면 방법일 뿐.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면 8절지 스케치북을 주는 엄마들과 달리 그녀는 커다란 전지를 유리창 위에 붙여 주고 목욕탕에 물감을 갖춰 놓았다. 아이들은 타일 벽과 몸에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했고, 욕조 안에 물감을 풀어놓으며 색과 색이 만나 다른 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즐겼다.
최근에는 '미술로 **하기'와 같은 상업적 미술 교육 공간이 대유행인데, 굳이 이런 교육 기관에 아이를 보낼 필요 없이 엄마가 조금만 집에서 신경 쓰면 즐거운 미술 놀이가 연출된다. 섣불리 미술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 놀이를 유도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미술을 통해 정서적 성장과 미적 감각 형성을 얻을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달인 엄마 중에는 '건강 밥상의 달인'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 먹는 것에 신경을 쓴다는 채인숙 씨는 밥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수석 입학한 아이의 부모를 인터뷰하면 '별로 해준 거 없어요. 밥만 해줬어요.' 하는데 난 그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더라구요. 공부시키기엔 열과 성을 다하면서 끼니 때우는 건 대충 해먹이려는 엄마들이 많은데 나는 밥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밥은,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관 아닐까요?"아이들이 하루 세 끼 먹는 밥이 그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임을 생각할 때, 이 말은 참 와 닿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 한창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말이다.
언젠가 교육열로 유명한 지역의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탕수육 한 접시를 앞에 놓고 영어 교재를 펼친 채 엄마와 예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다른 학원을 다녀온 후 집에 가서 식사할 시간이 없으니 식당에서 예습을 하며 식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영어 공부도 좋지만 매번 저렇게 매식을 하면 아이 건강은 어떻게 될까 하는 괜한 우려가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이렇게 부족하다. 학교나 교육 기관에서 밥을 먹다 보니 하루 한두 끼 겨우 집에서 먹는데, 그마저도 배달 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채인숙씨처럼 요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베테랑 주부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직장 엄마들은 요리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인숙씨는 이런 엄마들에게 두부 김치나 오징어 볶음과 같은 일품요리, 즉 음식 한 가지를 푸짐하게 해서 먹는 것을 권한다. 채소와 다른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갈 수 있게 조금만 신경 쓴다면 밥반찬 걱정을 덜어도 될 것이다.
책에는 이외에도 놀이학습의 달인, 영어학습의 달인, 생태교육의 달인 등 다양한 달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다들 육아 과정에 자신이 가장 강점인 분야를 접목해 실현한 엄마들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일반적인 엄마들이라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육아 과정에 도입한다면, 아이도 엄마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내가 좋은 것, 아이가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일, 그것이 바로 즐거운 가정을 이루는 토대가 아니던가!
엄마 달인 - 행복한 똑똑이로 키우는 법
정재은 지음,
북하우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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