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의 어리고 무지한 저에게 한 때는 적지 않은 지적 호기심을 주셨습니다. 20대 후반의 편협한 저에게는 적지 않은 지적 자극도 주셨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아닌 것 같습니다. 이후 저는, 일본유학(석∙박사 과정), 미국유학(로스쿨 LL.M 과정), 그리고 중국유학(박사과정)을 포함하여 20여 개국을 다니며 부지런히 보고 듣고 접하는 가운데, 우리의 안팎에 대해 부단히 논의하고 고민하며 연구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럼에도 두 분들께서는 지금도 저에게 적지 않은 것을 주고 계십니다. 진정으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당당히 나서야 한다며 말입니다.
여러분은 외국에서 태극기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외국에서 애국가를 유심히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힘차게 펄럭이며 빛나야 할 우리의 태극기, 뿌듯한 전율이 온 몸에 사무쳐야 할 우리의 애국가입니다. 그런데 만약 타지에서 우리의 태극기가 빛 바랜 채 늘어져 있고, 애국가가 구성지고 서럽게만 들려온다면 그 때도 과연 이런 전율을 느낄 수 있을까요?
2006년에 발간한 졸저 <21세기 한중일 삼국지>의 서문 첫 문장입니다. 한 권의 졸저를 탈고하며 목욕재계한 뒤 맞이하게 된 저 나름의 화룡정점입니다. 저는 이제, 바로 이와 같은 심정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십 수년이 되어 한국 사회의 돌아가는 이치는 잘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켜올 수 있었던 야성(野性)의 건강함으로 분출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태극기와 우리의 애국가가, 당신들의 정지되고 일그러진 사고로 인해 더 더욱 축 늘어지고 더 더욱 구성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구태한 사고로 혹세무민하는 두 사람
그렇기 때문에 구태한 사고로 우리 사회를 온통 혹세무민하며 조국의 앞날에 암운을 흩뿌리고 있는 당신들의 반사회적이고 반국가적이며 반민족적 행태에 대해 하나씩 둘씩 차분하게 문제 제기하고 나서고자 합니다.
자, 그러면, 우선 첫 번째로 멀리 갈 것 없이 어제(22일) 두 분의 행적만 보도록 할까요.
두 분은 국민행동본부 주최로 22일 오후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시국강연회에 참석해 "김정일 정권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며 " 러시아와 중국마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옹호하지 않는데, 이것은 북한이 세계적으로 코너에 몰렸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의합니다. 현재 상황은, 말씀하신 바와 다를 바가 거의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영원불변 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논의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논의의 대상을 중국으로만 한정시키도록 합시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옹호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잠깐, 중국이 과연 진정으로 옹호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 여기서 이것저것 다 떠나서, 중국이 과연, 북한의 고립적 상황을 계속 수수방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는 '의지(will)'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can)'의 문제입니다.
광활한 대지에 13억의 인구를 지닌 그 거대함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변화'와 '수정'에 능수능란한 중국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하기는, 이와 같은 중국의 모습, 20세기의 중국이 아닌 21세기의 공산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계신다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꺼내 든 " 러시아와 중국마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옹호하지 않는데, 이것은 북한이 세계적으로 코너에 몰렸다는 증거"라는 말이, 실은 자신의 무지몽매함을 여실히 드러낼 뿐이라는 점 또한 모를 리 없겠지요. 간단한 전략적 전술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그 제한적 사고로 인한 우리 사회의 폐해에 대해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편, 조갑제 대표는 "남한에서 10명의 대통령이 나오면서 누군가는 총을 맞고, 누군가는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혼란이 있었지만, 남한은 그 혼란 속에 발전을 이룩했다"며 "반면 혼란없이 조용했던 북한은 딱 두 명의 지도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2천300만명이 불행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 세력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현 정부가 놓칠까봐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음, 글쎄요, 북한의 현황을 과연 누가 모를까요? 소수를 위해 대다수 민중이 불행하게 지내고 있는 그 참담한 모습을 과연 누가 진정으로 찬양하고 칭송할까요? 아, 그런데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 중국사람들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이는 '반공'을 목청껏 부르짖는 조갑제 대표이니만큼, 누구보다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마침 두 나라는, 공산사회주의를 견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국익 추구 위한 방법상의 차이가 친북?
중국 정부의 대북관이야 매스컴 등을 접하며 어느 정도 유추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일반 중국인들의 대북관은 과연 어떨까요? '반공'을 본시로 삼고 있는 당신께서는 극구 부정하고 싶겠습니다만, "무지막지하게 전횡과 독재를 일삼아야 할" 공산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정부가 일반 민심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게 21세기의 엄연한 현실이랍니다. 그럼에도 그 중국이, 북한을 돕고 후원하는 듯 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이쯤되면, 김동길 교수님은 아시겠지요. 맞습니다.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국익이라는 것 때문에, 즉 그 놈의 국익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이를 제대로 고려한다면, "…딱 두 명의 지도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2천300만명이 불행해야…."하는 북한의 실상을 찬양하고 칭송하며 따르자는 "종북", "친북"이 과연 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견해가 '다르다(different)'고 해서 '틀리다(wrong)'고 오도하는 매도하는 것이 과연 다양성과 다원화를 대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에 얼마나 부합한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익 추구를 위한 방법상의 차이 등을 두고 "종북" 이니 "친북"이니 매도하고 오도한다 함은, 조대표께서 그토록 저주해 마지 않는 공산사회주의국가에서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극히 미개하며 후진적 행태의 전형임을 과연 어느 정도나 알고 계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아, 이와 관련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조 대표께서는 MBC, 전교조, 민주노동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더군요. "이 세 곳이 우리나라 앞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법대로 이 세 곳을 없애야 한다" 고 말입니다.
해서 저는, 이곳 '반공'의 대상인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서 "나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없애야 한다"는 식의, 당신의 그 고귀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이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아십니까? 일일이 다 밝힐 필요도 없이 정리하자면, "황제시대나 황제처럼 군림하던 모택동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공산당 일당치하에 있는 중국이라 해도 이러한 사고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조갑제 대표님, 그리고 김동길 교수님, 끝까지 주제넘은 이야기에 죄송합니다만, 입은 발설기관이지 배설기관이 아니랍니다. 어찌되었건 우리 사회의 한 시각을 대표한다는 분들이시라면, 좀 더 제대로 된 논리와 증거를 토대로 좀 더 지각 있게 발설해 주셨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무책임한 배설로 일관하려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지면으로나마 앞으로 종종 뵙게 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수근 기자는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 교수입니다.
2009.07.23 14:1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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