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발행된 대한민국 관보.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의 관보발행일도 7월 27일이고, 대통령의 공포일(서명일)도 7월 27일이다.
전자관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물권법'과 '기업소득세법'이 지난 2007년 3월 16일 공포(公布)되었다. 그런데 이 법안들은 사흘 뒤인 3월 19일에서야 국영통신사인 <신화통신>에 게재되었다.
이에 한 전인대 대표는 <인대연구>에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왜 3월 16일 공포된 법안들이 왜 3월 19일에서야 게재되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 제기의 법률적 근거는 중화인민공화국 입법법 제52조였다.
'법률의 서명 공포 후 즉시 전인대 상무위원회 공보 및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신문에 게재한다.'이러한 문제제기가 가능한 것은 '법률적 개념'으로서 공포와 '사회적 통념'으로서 공포의 개념이 서로 섞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는 '공포', 후자는 '공시(公示)' 혹은 '공표(公表)'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프랑스] "공포는 법률의 합법적인 탄생을 확인하는 행위"한국에서 대통령이 법률안에 서명할 때 '서명일'을 명기하지 않고, 공포일을 관보발행일과 일치시키는 것도 이러한 개념의 혼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7월 6일자
<대통령 서명 법률안에 왜 '서명일'은 없나?> 보도 참조).
하지만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연합 국가들과 러시아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대통령의 서명일이 공포일로 간주된다. 당연히 공포일(Date of document)과 공시일(관보발행일, Date of publication)은 서로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공포'와 '공시'의 개념을 정확하게 구별한다. 먼저 공포라는 개념은 이렇게 규정돼 있다.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은 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공포한다. 공포는 법률의 합법적인 탄생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법률은 관보에 게재된 후 한나절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는 한 국민에 대해 의무를 지울 수 없다."(살비니의 저서 <의회> 중 드브레 프랑스 의회 의장의 권두사, 2003년)'법률의 합법적인 탄생을 확인하는 행위'가 공포라는 설명이다. 이는 법률이 대통령에 의해 서명·공포되어야 비로소 '법률'로서 확정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공시'는 어떤 개념일까? 프랑스 법원의 <법률사전>에 따르면, 공시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행위로서 공화국 관보에 게재되는 법적 절차"를 가리킨다.
정리하면, 공포는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법률을 확정하는 행위이고, 공시는 출판물 등을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행위로 법률 효력을 발생시키는 절차다. 그래서 대통령이 공포한 법률이라도 공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법률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공포와 공시의 개념이 확연하게 달라서 프랑스에서는 공시와 관련된 법률('법률 및 행정입법의 공시 방식과 효력에 관한 법률명령')이 별도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