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하이퍼포머라고 부른다. (4쪽)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밀려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사용법. 작업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 기계의 작동법. 계속해서 기능이 향상되어 나오는 주변기기들. 우리는 이렇게 복잡하고 새로운 것들이 지천에 깔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은 그것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강요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산업사회에서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떤 것보다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도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르는 수밖에 없다.
물론, <무소유>나 <월든>과 같은 책을 쓴 법정 스님이나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룩한 현대문명사회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해답을 찾은 이도 있긴 하지만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그들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하이퍼포머의 변화대처법>의 저자 팀 어시니와 바바라 A.케이는 우리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고 숨어서 고통스럽게 지낼 바에야 속는 셈치고 한번 능숙하게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존재인 하이퍼포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 할 때 나타나는 파충류의 본능
저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안전함을 우선시하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에 맞서 해결하려하지 않고 걱정하고, 부정하고, 저항하고, 후퇴하고, 비난하고 끝내 단절해버린 마지막에 과연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하서 다음과 같이 묻고 있었다.
당신은 변화에 직면하여 '걱정, 부정, 저항, 후퇴, 비난, 단절' 중에서 어느 한 가지 방식으로 대처한 적이 있는가?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선택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당시의 변화에 대처하는데 더 좋은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선택을 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46쪽)
그는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임에 주저하고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것에 대한 대처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물론 안락한 생활을 벗어나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물리적 공포와 심리적 공포가 고개를 쳐들게 되겠지만 그것들은 우리의 '파충류의 뇌' 편도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인간의 지혜를 발전시키려면 '파충류의 뇌'에 의존하기 보다는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에 의존해야 한다."는 당부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파충류의 뇌'에서 발현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떨쳐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변화를 거부하는 본능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인간의 발전을 가로막는 파충류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처하는 개인적인 스타일
근본적 핵심 성격은 몸과 같다. 대부분의 경우, 몸은 변하지 않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도 팔다리, 손, 발, 얼굴은 어제와 똑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스타일은 옷과 비슷해서, 순간의 필요에 따라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옷을 벗으면 똑같은 몸이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옷을 바꾼다. (95쪽)
저자는 개인적인 스타일. 외향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시시각각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옷으로 비유를 한다. 그리고 그 옷에는 자발적 업무 중시형의 주도형, 자발적 관계 중시형의 사교형, 조직적 업무 중시형의 신중형, 조직적 관계 중시형의 안정형. 이렇게 크게 네 가지의 스타일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당신은 네 가지의 옷 중에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는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편하게 길들여진 하나의 성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는 사교형의 옷을 입고 있다가 점차적으로 중ㆍ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입었던 교복과 같이 조직을 중요시하는 안정형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발적인 주도형과 사교형이 변화에 대처하기엔 좋은 성격임에는 틀림없지만 한 조직 내부에 그들과 같은 성격만 존재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직에는 조직원들을 챙겨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안정형의 성격을 가진 인재도 필요하고, 의견을 취합하였을 때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중형의 성격의 인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는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좀 더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중요한 것은 카멜레온과 같이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의 성격을 상황에 맞게 발휘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이포퍼머의 지혜로운 선택
네 가지의 성향을 적절하게 풍겨낼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우리들은 선택하고, 믿고, 행동하는 힘을 통해서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변화의 하이퍼포머가 되려면 의도와 목적, 기술을 가지고 변화에 대한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하이퍼포머는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전략적으로 믿으며, 생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 상호작용을 통해 선택한 표적을 향해 앞으로 회전해나갈 것이다. (117쪽)
그가 말하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성공과 만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전략적으로 믿는 것은 빛나는 가능성을 낙관하는 것이며, 생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준비', '구체화', '검토', '보강' 이라는 전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하이퍼포머는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강력한 롤모델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이퍼포머가 개인적인 성취 이상의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변신의 천재 하이퍼포머. 현재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규격에 맞춰져 있는 비인간적인 한 모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인생을 계획하고 그 속의 하루를 빡빡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저자의 주장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그래도 조금은 동물로의 본능도 느껴보고 싶고, 부족한 존재로 남으면서 각자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었던 우리의 선조들의 인생이 그립기도 하다.
<월든>의 공간이 더욱 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자동차들의 행진. 그리고 그마저도 초월하려고 하는 이 시대의 문턱에서 우리와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하이퍼포머의 메시지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보이는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나의 가슴을 더욱 불타오르게 한다.
그래! 까짓것 해보는 거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그리고 자신의 삶과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