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나오기 전에 나온 전채요리. 난이라는 빵에 치즈와 이름을 모르는 채소를 싸서 먹는 이란의 대표적인 음식인데 의외로 맛있었다.
김은주
고레스 대왕의 무덤을 둘러보고 우리가 타고 온 미니버스로 돌아왔을 때 버스기사는 우리를 위해 뜨거운 홍차와 쿠키를 내놓았습니다. 뜻밖의 대접이라 우리 모두는 감동했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방문한 이방인에게 대접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모양입니다.
쉬라즈 날씨가 우리나라로 치면 초봄 날씨 정도인데 이런 날 밖에서 마시는 뜨거운 홍차는 기분을 한결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깨가 박힌 담백한 쿠키와 우유와 버터가 많이 들어간 부드러운 쿠키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우리가 쿠키를 먹고 있을 때 저 멀리로 장례행렬이 지나갔습니다. 오전에 이곳으로 버스를 타고 지나올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 밖에서 삼삼오오 서있거나 앉아있어서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누군가가 죽어서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모두들 나와 있었던 모양입니다.
장례행렬은 정말 길었습니다. 200미터는 족히 넘어보였습니다. 하긴 인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운구차가 먼저 앞서 나가고, 이어 남자 행렬이 이어지고, 뒤에는 여자들이 따라갔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누군가는 복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쿠키 때문인지, 즉 내가 기분이 좋아서인지 죽음을 목격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그리 슬프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치 무대 공연을 보듯이 저 멀리 보이는 이란 시골 마을의 장례행렬을 구경했습니다. 버스기사가 건넨 달콤한 쿠키 맛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죽음이 나와는 거리가 먼 걸로 느껴졌습니다. 죽음을 생각하기엔 쿠키는 너무 맛있고, 홍차는 너무 따뜻하고, 쉬라즈의 바람은 적당하게 느낌이 좋았습니다. 죽음 보다는 삶이 주는 행복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버스기사가 건넨 쿠키는 죽음을 느끼게 하지 못할 만큼 행복한 맛이었습니다. 물론 이 버스 기사와 함께 한 하루는 쿠키만큼 우리일행에게 많은 행복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린 그를 '나이스 가이'라고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매너는 끝이 없었으니까요. 사실 가만히 있어도 그를 좋아했을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타보지 못한 푹신한 의자를 달고 있는 거의 새 차를 타고 왔고 또 그 차는 우리나라 현대차였습니다. 그러니 그는 입 다물고 있어도 이미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매너가 아주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매너는 그의 상술인지 아니면 원래가 친절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난 이 두 가지가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처럼 서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봅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보길 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자신이 친절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인가를 먼저 확인하고 장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즉 이런 좋은 마음을 갖고 있어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 버스 기사는 원래 친절하고 타인을 배려를 잘 하는 사람인데 마침 자신의 성품에 맞게끔 관광객을 상대로 차를 운행해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와 함께 한 하루는 무척 행복하고 따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