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 지도북촌한옥마을 입구에는 지도가 놓여져 있다.
박혜경
오전 11시 30분, 계동 골목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직장인들 사이로 노란머리의 외국인 여자가 북촌문화센터를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문화센터 안은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로 붐볐다. 문화센터 관리실에서 근무하는 이문희(72, 경기도 고양시)씨는 "오늘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평소 땐 더 와요. 일본사람이 제일 많고, 유럽 쪽은 거의 없지. 요즘들어 중국, 타이완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
문화센터를 나서 찾은 가회동 31번지엔 일본 여행객들이 여럿 보였다. 낡고 오래된 슈퍼와 새로 생긴 카페와 공방이 있는 골목길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는 모습이었다.
과거와 현재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같은 집북촌한옥마을의 모습은 이중적이었다. 새로 단장한 대리석 담장 위론 처마 끝에 달린 벼슬 가진 닭머리 모양의 물받이가 있었고, 더 위론 검은색 기왓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낡은 갈색 나무로 된 집 대문엔 현대식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집이 마치 과거와 현재로 이루어진 하나의 모자이크 같았다.
반들반들한 넝쿨잎이 주렁주렁 달린 큰 벽을 지날 무렵 관광중인 일본인 부부를 만났다. 일본의 니이가타겐(新潟縣, 니이가타현)에서 온 다케이 노리코(武井典子, 53), 다케이 츠브네미(武井㤱美, 54) 부부는 "옛것을 보존한 북촌한옥마을이 놀랍다"고 말했다. 일본에도 이런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같이 오래된 마을을 보존하는 운동이 일본에도 있었고, 지금은 특별한 곳에 이처럼 전통주택이 남아있다"고 답했다.
'꺽지 말고 눈으로만 보세요' 꽃 팻말넝쿨잎 담장을 돌아 내려오는 골목길엔 화분이 가득했다. '꺽지 말고 눈으로만 보세요' 라는 작은 팻말이 꽂힌 벤자민에서부터 둥근 모양의 굵고 풍성한 하얀꽃까지 대리석 담장 곳곳이 색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동생과 함께 피아노 학원에 갔다 집에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라는 문현정 (11, 삼청동)양은 길가에 꽃이 있어서 이 동네가 좋다고 했다.
"예전에 살던 화동보다 여기가 좋아요. 그냥 이것저것 둘러볼 수도 있고, 꽃 같은 거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집 안에 마당도 있고 화단도 있어서 좋다는 현정이와 헤어진 뒤 만난 주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북촌 한옥마을에 30년째 살고 있다는 임창우(67, 삼청동)씨는 한옥이 좋기도 하지만 답답한 부분도 많다고 했다.
눈·비만 오면 수리비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