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우라지
최윤식
내 기준으로는 개 발에 편자 같은 그 공사 때문에 나도 아우라지 처녀상을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강 건너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건너지 못해 발을 구르던 그 아우라지 처녀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렇게나마 느끼게 해준 것이 그 공사에 내가 고마워해야할 일이라면 일이겠다.
그 사연말고도 이 아우라지강에 또 하나의 안타까운 현대판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부터 40여년 전 초례를 치른 여량의 한 처녀가 강을 건너 시집으로 가는 날. 하객과 친척들이 많은 짐을 나룻배에 싣고 강을 건너다가 무게 중심을 잃고 뒤집히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때 신부는 가마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가마째 쓸려갔다. 그 비극적인 참사 뒤로 해마다 두 세명 씩 이 물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처녀상이 세워진 이후로는 그런 사고가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왜 저런 새 다리가 필요한지를 나는 모르겠다. 물이 적을 땐 잘 생긴 바위 돌 몇 개를 놓은 징검다리를 폴짝 폴짝 뛰어 건너면 될 것이고 장마 져 물이 불어나면 줄 배 한 척 매어두면 될 터인데... 왜 저렇게 미끈한 새 다리가 필요할까? 번듯한 새 다리를 놓아 아우라지강을 흐르는 이런 안타까운 전설의 한이라도 풀어주겠다는 심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아우라지의 한은 풀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이들의 가슴 속에서 매일 매일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애꿎은 다리에 시비 걸자는 것이 아니다. 아우라지가 어떤 곳인가? 사람들이 이 산골짜기 까지 찾아오는 것은 세련됨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구절양장의 구절리라는 이름에서부터 팍팍 느껴지듯 가장 오지 산골 마을이니까 그 정취에 젖기 위해 찾아오는 것일 것이다. 여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골 마을 정선 아우라지가 아니던가? 아우라지강은 느껴야할 곳이지 보아야할 곳이 아니다. 가슴이 즐거운 여행지지 눈이 즐거운 여행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