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사측의 노사협상 결렬 선언 후 단전 조치가 실시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노조지도부들이 전화기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단전조치로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진제공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쌍용자동차 사측이 '협상결렬'을 선언한 2일 낮 12시, 파업 노동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 농성장은 전기가 끊겼다.
협상이 결렬되고 단전까지 겹치면서,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는 조합원 30여 명이 이탈해 공장을 빠져나갔다. 쌍용자동차 노조 측은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면서 "남은 대오는 끝까지 굳건하게 함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가 끊긴 도장공장 내 페인트는 몇 시간 안에 굳어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응고된 페인트를 처리하고 작업을 재개하는 데는 수개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 측은 "사측이 회사 정상화 의지가 없다는 뜻 아니겠냐"고 주장하고 있다.
폭염에 암흑천지... 인화물질 때문에 촛불 사용도 어려워농성장 내 안전 및 식량 문제도 위기에 달했다.
채광시설이 없는 농성장은 암흑천지가 됐지만, 인화물질이 많은 공장 특성상 촛불을 사용하기도 힘들다. 비상 손전등이 있지만 배터리를 아끼느라 제대로 켤 수 없어 낙상사고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대부분 농성자들은 폭염 날씨 속에 옥상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장 내는 에어컨이 끊겨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환기도 중단되면서 시너 등 유해물질로 인해 공기마저 탁해진 상황. 범대위에 따르면, 농성자들은 "체감온도가 40℃를 넘어섰다"고 호소하고 있다.
식사도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소형 전기밥통으로 주먹밥을 지었지만 앞으로는 가스불로 소량의 밥을 만들어야 한다. 노트북과 휴대폰 배터리가 끊기면 외부와 소통도 단절돼 고립상태에 빠진다.
한 조합원은 "이미 공황상태였는데 이번 단전으로 조합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측이 조속한 사태해결을 강조하며 진압에 나설 경우, 노사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