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에 뿌린 최루액 '발암물질' 논란

'다이클로로메탄' 최고 40% 이상 함유... 심하면 사망까지

등록 2009.08.03 13:52수정 2009.08.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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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경찰헬기가 도장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경찰헬기가 도장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고 있다.유성호

쌍용자동차에 뿌려진 최루액이 발암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수거한 최루액을 시료 분석한 결과, 2급 발암물질 '다이클로로메탄'이 들어 있었던 것. 두 가지 시료 중 희석된 것으로 보이는 최루액은 0.1% 농도였지만, 다른 최루액은 40.6%에 달하는 고농도 액체였다.

'다이클로로메탄'은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서도 흡수되는데 기침이나 호흡곤란은 물론, 심하면 기관지염과 폐부종·의식불명·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고, 피부나 눈에 노출되면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도 71세 남성이 60~70㎖ 다이클로로메탄을 섭취했다가 폐부종 증상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전 11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발암성은 물론 신경계·생식계에도 독성

 3일 오전 11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인권단체연석회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자동차에 살포된 최루액의 발암물질 성분에 대해 발표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건강환경연구소장이 다이클로로메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일 오전 11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인권단체연석회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자동차에 살포된 최루액의 발암물질 성분에 대해 발표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건강환경연구소장이 다이클로로메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권박효원

현장에서 낙하된 최루액을 분석한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다이클로로메탄의 독성에 대해 "몇 년 전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앉은뱅이병'을 일으킨 노말핵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쌍용차 노동자들뿐 아니라 보호장비 없이 최루액을 제조하는 경찰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두 시료의 농도가 큰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서 임 소장은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어느 때는 최루액이 아주 독하고 어느 때는 좀 낫다고 한다, 농도가 일정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의 '다이클로로메탄'은 최루가스 주성분을 물에 녹이기 위한 용매제로 페인트 제거제나 플라스틱 용제, 세척제 등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신경계나 생식계·간·심장 등에 독성이 있기 때문에 산업체에서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은 '다이클로로메탄'을 인체발암성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유럽의 화학물질체계는 발암물질이 0.1% 이상 들어간 혼합물을 '발암물질'로 규정한다.

가장 심각한 독성은 발암성이다. 동물실험 결과 생쥐(mouse)는 감세포와 세기관지, 폐포에 암종을 일으켰다. 일반쥐(rat)는 암수 모두 유방암이 일어났으며 수컷은 외분비샘 육종이, 암컷에서는 백혈병이 각각 발생했다.


또한 이 물질은 중추신경억제 작용을 일으키고 남성 생식능력은 물론 태아에 장애를 일으키며 간과 심장에도 독성을 가진다.

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강문대 변호사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은 현저한 위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최루제와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에 고통을 주기 위한 최루제 사용은 법률 위반(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형)"이라고 주장했다. 집단적으로 상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가한 법률' 위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루액으로 피부염·결막염에 화상까지... 치료도 못해

 최루액에 노출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농성 중인 한 노동자의 다리에 수포가 생기고 터져 피부가 벗겨졌다.
최루액에 노출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농성 중인 한 노동자의 다리에 수포가 생기고 터져 피부가 벗겨졌다.노동과세계 이명익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쌍용차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사의 증언도 이어졌다. 여기서도 최루액으로 인한 피해는 두드러졌다. 백남순 인의협 사업국장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회사 통제 하에 농성장 안에서 의료지원을 했던 김갑수 쌍용차 보건부장과 의사 박지선씨의 진단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최루액으로 인해 살갗이 벗겨지는 접촉성 피부염과 수포가 생기는 2도 화상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최루액을 직접 눈에 맞아 눈이 붓고 급성 결막염에 걸린 환자도 다수였다. 씻을 물이 없어 이 같은 피해는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볼트에 맞아 귀의 살점이 1㎝가량 떨어져 나가거나 충돌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던 뇌진탕 환자 등도 많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손바닥이 찢어진 환자는 지혈만 한 채 3일을 버텼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장염이 다반사고,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악화되고 있었다.

농성장은 먹을 물이 없어 냉각수를 끓여 먹고 주먹밥으로 끼니를 잇는 상황. 이미 전해질 불균형과 비타민 결핍으로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지난 2일 단전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냉방이 되지 않아 탈수가 더 심화되고 있었다. 이날 의사들은 햇빛이 있는 식당 구석에서 진료를 진행해야 했다.

백남순 국장은 "단수·단수·음식물 차단을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의사나 의료진이 들어가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수 반입과 관련 "탈수가 중증도로 진행되면 의식이 흥분되고 안구 함몰과 피부 건조, 체중 감소 등 여러 가지 후유증이 일어난다"고 강조했고, 단전에 대해서도 "이미 100% 우울증인 노동자들을 암흑 속에 가둬놓으면 정신적으로 어떻게 되겠냐"고 우려했다.

김산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금 다이클로로메탄이 피부에 닿아도 씻을 수 없는 상황이다,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녹아들어가는 피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경찰의 최루액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쌍용차 #최루액 #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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